[사설]사업철수 부른 동반성장 압박

 삼성이 아이마켓코리아 지분 매각을 통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에서 철수키로 했다. 삼성은 동반성장과 비핵심사업 정리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에 굴복한 셈이다.

 MRO는 자잘한 자재를 일일이 구입하는 불편과 비용을 줄이고자 나온 사업이다. 사람까지 아웃소싱하는 시대에 불가피한 선택이다. 삼성, LG,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이 일찌감치 이 사업을 한 이유다. 조달청, 우정사업본부, KBS 등 정부와 공공기관도 좋은 모델로 보고 업무에 적용했다.

 멀쩡했던 이 사업은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이 화두가 되면서 갑자기 ‘문제아’가 됐다.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사업 확장 폐해 사례로 거론됐다. 대기업들이 이 사업에 손을 대기 전에 이렇다 할 전문 MRO 업체가 있었다면 이런 비판이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전문 MRO라고 부를 만한 업체는 드물었다. 대기업 때문에 망했다는 MRO 업체도 없다.

 대기업 MRO 사업 영역에 일부 문구 유통업을 포함해도 중소기업과 충돌할 분야가 몇 퍼센트도 안 된다. 되레 대기업 MRO와 거래한 중소기업들은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 만족한다.

 물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대기업 관행에 문제가 있다. 삼성 계열사는 LG서브원과, LG계열사는 아이마켓코리아와 가격만 맞는다면 거래해야 옳다. 그런데 이는 대기업간 공정경쟁의 문제이지 중소기업 일감 빼앗기와 상관없다. 대기업 MRO가 문구 유통업계를 어렵게 만들었다면 서로 협력할 방안을 찾도록 하는 게 먼저다. ‘마녀사냥’처럼 MRO를 마냥 부도덕한 업체로 몰고갈 일이 아니다. 동반성장 정책의 역기능이 자칫 순기능보다 클 가능성을 업계는 우려한다. 삼성의 사업 철수가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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