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가져가자니 수익만 갉아먹고, 철수하자니 그동안 투자한 게 아깝고….”
한 이동통신사 임원의 휴대폰 단말기 제조 사업에 대한 푸념이다. 이통사 단말기 제조 자회사(계열사)가 부진한 실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열풍 속에서 애플·삼성전자 등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가운데 이들 단말 자회사 입지는 계속 좁아지면서, 유상증자와 마케팅 확대 등 대응책을 펼치고 있지만 앞으로도 브랜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K텔레시스, 수익성 악화=2009년부터 휴대폰 단말기 사업을 시작해 SK텔레콤에 ‘윈(WYNN)폰’ 등을 공급하는 SK텔레시스는 최근 유상증자를 두 차례 단행했다. 지난 6월 24일 최신원 SKC 회장이 직접 사재를 털어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을 주당 850원에 500만주 매입(제3자 배정)한 데 이어 지난달 13일 1300만주를 주주배정증자 방식으로 추가 발행했다.
유상증자의 배경은 휴대폰 단말기 사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자본 잠식에 빠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K텔레시스는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조인성을 모델로 내세우며 출시한 윈폰 하루 판매량은 1000대 수준으로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반면에 지난해 휴대폰 광고비로 쏟아 부은 돈만 144억원으로 전년의 두 배 이상이다. 판매 수수료는 500억원 가까이 들어갔다. 매출액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41.4%대까지 떨어졌다.
SK그룹과 SK텔레시스 측은 최근 불거진 휴대폰 사업 철수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며 연내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윈폰2’를 포함한 라인업 추가를 공언했지만 고민은 여전하다.
◇KT테크·엔스퍼트도 “생각보다 안 팔리네”=‘테이크’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KT테크 모회사 KT도 속 편한 입장은 아니다.
최초 듀얼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이라는 특장점을 살려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판매량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KT테크 관계자는 “일평균 700~800대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며 1000~2000대 규모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MVNO 서비스 출범을 예고한 인스프리트 자회사 엔스퍼트도 스마트패드 ‘아이덴티티탭’을 스프린트에 5만대 공급키로 하고 교육·기업용으로 특화된 모델로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나름 선전을 하고 있지만 시장의 평가는 차갑다. 주가는 700~900원대를 오가며 ‘동전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회사도 지난달 보통주 1420만주를 추가로 발행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엔스퍼트 단말기는 KT에 예속된 이미지가 강해 판매량 확대가 얼마나 가능할지에 대해 확신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천보문 엔스퍼트 부사장은 “MVNO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 공급처를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통신업계 휴대폰 단말기 자회사 현황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