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전자 업체인 파나소닉이 자회사인 산요의 백색가전 부문을 중국 하이얼에 매각한다. 차이나 파워가 세계 시장을 호령했던 ‘메이드 인 저팬’ 전자업체 주력 사업을 인수한 첫 번째 사례다.
니혼게이자이는 파나소닉이 산요의 세탁기와 냉장고 사업을 연내 하이얼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28일 보도했다.
매각 대상은 산요의 동남아 지역 세탁기 및 냉장고 관련 자회사를 비롯한 10개사의 지분이다. 매각 금액은 100억엔 정도로 추산된다. 매각 대상 기업의 연간 매출은 700억엔이며 2000여 명의 직원은 하이얼이 고용을 승계한다.
하이얼은 산요 세탁기와 냉장고 사업 인수 후 일정 기간 산요 브랜드를 사용할 방침이다. 산요는 이번 매각으로 일본과 동남아 가전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뉴스의 눈>
하이얼의 산요 백색가전 부문 인수는 지난 2004년 말 레노보가 IBM PC 사업을 인수한 이후 높아진 ‘차이나 파워’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이번 매각은 파나소닉과 하이얼, 모두의 숙원 사업을 풀어줄 전망이다.
파나소닉은 한 수 아래라고 여기던 중국에 자회사 주력 사업을 넘기면서 체면을 구겼지만 자회사 산요와의 백색가전 사업 중복이라는 선결 과제를 해결했다. 하이얼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산요의 브랜드 가치를 앞세워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벗고 세계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공략할 발판을 마련했다.
파나소닉은 지난 2009년 산요 인수 이후 사업 재편을 지속해 왔다. 백색가전 매각도 그 일환이다. 파나소닉은 ‘2018년 세계 최고의 친환경 전기전자 기업’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핵심은 태양전지와 리튬이온전지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효고현 PDP 공장에서 제조 방법을 혁신한 차세대 태양전지를 양산한다. 2012년에 일본 1위, 2015년에 세계 3위 진입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인 리튬이온전지는 550억엔을 투자, 내년 중국 쑤저우에 새로운 공장을 만든다. 그동안 일본에서 생산하던 노트북과 휴대폰용 리튬이온전지 생산라인을 이 공장으로 옮긴다.
하이얼은 세계 시장에서 판매 대수 기준으로 냉장고 1위, 세탁기 2위다. 산요 브랜드 효과가 더해지면 동남아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수요가 날로 증가하는 베트남에서 산요는 냉장고 시장 점유율 30%를 자랑한다. 동남아 시장에서 우리나라 가전 업체와 하이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이얼에게 산요는 일본 시장 공략의 교두보다. 하이얼은 2010년 100억엔 규모인 일본 매출을 2015년까지 세 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잡았다.
<표> 파나소닉의 산요 재편 일지
2009년 12월 산요 인수
2010년 1월 FDK에 니켈수소전지 사업 매각
2010년 7월 롱리치에 물류 사업 매각
2011년 1월 온세미콘덕터에 반도체 사업 매각
2011년 4월 산요 완전 자회사로 편입
2011년 7월 니혼덴산에 소형모터 사업 매각
2011년 연내 백색가전 하이얼에 매각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