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방송통신위원회·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비롯한 5개 장관급 중앙행정기관과 방위사업청(차관급), 10개 특별행정기관이 차례차례 정부과천청사로 이전한다. 세종특별자치시(행정중심복합도시)에 새 둥지를 마련하는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비운 건물을 쓰기로 했다.
기존 청사를 허물지 않고 그대로 쓴다니 잘한 일이다. 정부청사가 부족해 민간 건물을 빌려 쓰는 기관이 적잖은 마당에 있는 건물을 활용하는 게 당연하다. 한때 과천청사 활용계획의 하나로 거론된 과학기술연구개발(R&D)단지로 쓰기에는 건물이 너무 낡았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30년도 안된 건물을 허물 이유가 없다. R&D단지나 과천시민이 바라는 공원·노인전문병원 등은 청사 앞에 묵히는 땅 8만9120㎡와 기술표준원 자리를 활용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정부는 행정도시로서 과천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지역 주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열과 성의를 다해야 한다.
방통위가 과천청사로 옮기는 것에 이의가 없다. 지금처럼 방통위가 규제 대상 사업자인 KT와 한 건물을 쓰는 모양새가 좋지 않아서다. 정부는 방통위가 소유한 ‘KT 서울 광화문 사옥 12~14층’을 처분할 계획인데 진작 불필요한 오해를 떨어냈어야 했다. 기술표준원 부지에 민간 시험·인증기관이 입주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
국가 R&D 기획·조정기구인 국과위가 과천에 가는 것은 조금 의문이다. 기획재정부·교육과학기술부·지식경제부 등 국과위 의결 행위가 닿는 기관들과 더 가깝게 배치했으면 더욱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곳곳에 아쉬움이 남고, 기관별로 탄식과 안도의 한숨이 엇갈리되 ‘정한 대로’ 실천할 일이다. ‘가네 마네’ 하는 소모전은 이제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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