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타고 인터넷왕따(cyberbully) 늘어나는 추세.. 법 규정 마련되야

 영국 우스터셔에 살고 있는 나타샤 맥브라이드(15)는 지난 2월 자신의 집에서 150야드 떨어진 철도역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맥브라이드는 로열 그래머 중학교에서 또래 집단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주 경찰은 그녀가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남겨진 ‘치욕스러운’ 글귀를 보고 자살한 것으로 판명했다.

 인터넷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비난을 받거나 거짓 정보로 괴롭힘을 당하는 ‘사이버 왕따(Cyberbully)’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익명으로 활동하며 사이버왕따를 만드는 가해자, 일명 ‘인터넷 괴물(Trolls)’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5일 가디언은 인터넷에서 또래 청소년을 괴롭히는 행동을 ‘트롤링(Trolling:괴물 같은 행위)’이라고 정의하며 피해자는 법과 부모, 그리고 SNS 사이트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맥브라이드의 자살을 조사한 제란트 윌리엄스 검시관은 “페이스북에서 아직도 나타샤의 죽음에 대해 천박한 조롱이 넘쳐나고 있다”며 “가해자 중 한 명은 기소됐다”고 말했다. 맥브라이드의 모친인 제인 맥브라이드는 “나타샤는 학교에서 자신들을 ‘더 텐(The ten)’이라고 부르는 여학생 무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며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던 일이 온라인까지 확장됐다”고 주장했다.

 영국 청소년상담센터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왕따 피해 상담 건수는 13% 증가했다. 그 중 사이버 왕따 상담 비율은 77%에 육박한다. 자선단체인 패밀리라이브의 제레미 토드 회장은 “익명으로 글을 남길 수 있는 SNS를 일일이 조사해 맥브라이드처럼 피해를 입는 10대가 있는지 검사해야 한다”며 “익명의 의미를 재정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사이버 왕따를 반대한 모임인 비트불링의 리처드 피긴 회장 직무대행은 “2009년 인터넷에서 왕따 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상담해주는 사이버멘토라는 사이트를 개설한 후 120만건에 달하는 상담 신청이 들어왔다”며 “예전에는 가해자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괴로움이 덜했지만 지금은 모바일과 SNS로 24시간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불링 조사를 보면 11~16세의 30%가량이 사이버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 피긴 회장 직무대행은 “가해자는 실제 삶보다 온라인에서 보다 쉽게 왕따를 만들 수 있다”며 “트롤링은 ‘농담’이었다고 넘어갈 수 있어 즉시 눈에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SNS 사이트에 별도 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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