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경제학 혁명

Photo Image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할 때 이를 미리 알고 돈을 빼낼 수 있었던 사람은 전체의 0.1%에 불과했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80%가 일해 창출한 부를 20%가 그냥 차지하는 파레토 법칙도 통하지 않는 상위 0.1%만을 위한 경제가 형성됐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경제는 언제나 ‘균형’ 상태를 이루려고 한다고 주장해왔다. 경제가 스스로 조절하며 마찰없이 돌아가는 ‘자동제어장치’ 같아서, 외부 충격으로 균형을 잃더라도 상쇄하는 힘이 작동에 다시 균형을 찾는다는 뜻이다.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그럴까? 아니다. 2008년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호황을 누리겠다고 했지만, 2008년은 역사상 가잔 큰 금융 위기를 겪었어야 했다. 150년이 넘는 경제학의 역사와 이를 전공한 학자들도 오늘날 일어나는 경제의 불균형과 불확실성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경제학 혁명(원제 : 경제학 신화)’ 데이비드 오렐은 이 이유를 “주류 경제학의 기본 가정들이 모두 틀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주류 경제이론이 범하는 오류의 원인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밝혀내고, 그것이 우리에 생활에 미친 영향을 설명한다. 또, 주류 경제이론을 반박하는 수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왜 그것이 죽지 않고 살아남았는지를 하나하나 증명하고 있다.

 이 책은 주류 경제학이 저지르는 오류로 △경제는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 △경제는 안정적이며, 합리적이라는 것 △경제적 성장은 영원하다 △경제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 등 10가지를 꼽았다.

 특히 오렐은 경제가 자동적으로 균형과 평형을 찾는다는 안정성을 지나치게 믿는 태도가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정규 분포이론은 대부분이 평균값 주변에 몰려있고, 일탈은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파스칼의 삼각형이 보여주듯 작은 변화가 극도로 불평등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오늘날 경제 상황에서 종종 목격된다. 무작위적인 투자와 부의 상속으로 만들어진 단순한 모형이 몇 세대가 지나면 20대 80을 지나 극소수가 모든 부를 소유하고, 대부분이 빈곤에 허덕이는 패턴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인간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는 믿음도 그릇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행동경제학은 경제학적 결정이 이성적인 숙고보다는 직관에 더 큰 영향을 받음을 밝혀냈다. 현실의 인간을 배제한 가설은 점점 더 현실과 유리된 모형만을 만들 뿐이다.

 주류 경제학이 오류를 저지르는 가장 큰 원인은 ‘권력’과 ‘미래’를 분석에 포함시키지 못해서라는 게 저자의 견해다.

 주류 경제이론은 어느 시기에는 옳은 이야기였겠지만, 이제는 그 유용성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저자는 ‘힙리적인 경제인’이라는 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접근법으로 경제학의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네트워크 이론, 복잡계, 심리학 등 새로운 학문 패러다임을 접목할 때 경제학의 재생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혁명의 방향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고민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인간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데이비드 오렐 지음. 행성:B웨이브 펴냄. 1만 8800원.

 

Photo Image

이수운기자 pero@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