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80㎞를 달려 시화방조제를 지나 도착한 영흥화력본부. 20일 준공식을 가진 국산풍력상용화단지는 예상했던 것보다 큰 위용을 뽐냈다.
2~3㎿급 풍력발전기 9기가 쉴 새 없이 돌고 있는 모습은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힘찬 발걸음을 대변하는 듯 했다. 더욱이 순수 국내기술로만 조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번 영흥화력 국산풍력상용화단지는 국내 풍력발전 기업의 설치실적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국내 풍력발전 산업은 성능검증과 납품 및 실증실적이 부족해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실제로 국내에서 운영 중인 풍력발전기 219기 가운데 국산풍력발전기는 16기로 4.1%에 그치고 있다.
이번 상용화단지 조성은 국산제품의 실증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의 시금석을 마련한 셈이다. 이곳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남동발전은 국내 풍력발전 기업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루마니아·우크라이나 등 해외 풍력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준공식에 참석한 정재훈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영흥화력 국산풍력상용화단지를 보면서 자동차·조선·반도체를 보는 듯 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영흥화력본부는 국내 총 전기생산량의 12%를 담당하는 핵심 화력설비다. 그동안 태양광 1㎿, 해양소수력 7.6㎿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추면서 화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융합발전 전략을 짜오던 곳이기도 하다. 국산풍력상용화단지의 설비규모는 22㎿로 기존 구축한 신재생에너지 용량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전기만으로도 1만2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화력발전소와 언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조성된 풍력상용화단지는 향후 신재생에너지 파크로 조성될 계획이다. 앞서 구축된 1㎿ 태양광발전소와 함께 9개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광경과 넓은 유휴부지는 이곳에 더 많은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들어올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남동발전은 이미 제2 국산풍력단지 조성계획을 추진 중이다. 세계가 화력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전통 화력발전 사업자가 앞으로 가야할 길을 제시한 셈이다.
장도수 남동발전 사장은 “26개월의 짧지 않은 공사기간 동안 한 번의 사고 없이 무사히 풍력단지를 완공할 수 있었다”며 “이번 사업을 시발점으로 국내 풍력산업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산업 전체가 해외로 역량을 확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