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디즈니로부터 1조원 매각 제의로 설왕설래한 국산 캐릭터 ‘뽀로로’ 사연이 결국 ‘강연 중 와전’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캐릭터 상품시장이 5000억원 규모에 아이 가진 부모들로부터 ‘뽀느님(뽀로로+하느님)’이라는 칭호까지 받았던 뽀로로 실제 가치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뽀로로는 제작사인 오콘과 아이코닉스, 방송사인 EBS와 SK브로드밴드가 공통투자해서 만든 작품이다. 여기에 북한의 삼천리총회 인력이 투입됐다.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상 정부 지원금이나 기업체, 방송사 투자 없이는 제작 진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문화산업에서 애니메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못 미치는 0.6% 수준인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오콘은 매출액 52억원, 영업이익은 2억원을 거뒀다. 사정이 조금 나은 공동 제작사 아이코닉스 2010년 매출은 266억, 영업이익은 44억 수준이다. 회사 가치에 열 배 이상을 쳐줘도 매각 대금 1조원은 상상하기 어려운 액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국산 애니메이션 업계는 정부 후원금이나 보조 없이는 생존 자체가 어려우며 일본이나 글로벌 기업의 하청 업무가 주가 되어가는 상황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애니메이션들이 제작 단계에서 사라졌으며, 일부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들이 어렵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상파 TV 방송에서 국산 애니메이션 존재감이 사라진 지도 오래다.
오히려 가치에 비해 국산 애니메이션의 열악한 현실만 드러낸 꼴이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뽀로로는 영유아나 부모님들의 구세주 이상이다. 척박한 국산 콘텐츠 산업에서 태어난 기적의 산물이다. 실제 게임업계를 취재하다 보면, 어려운 애니메이션 업계를 견디지 못하고 ‘전향’한 전직 애니메이터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국산 애니메이션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 고작 0.2%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뽀로로 외에도 ‘국가대표’ 선수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제 2, 3의 뽀느님이 나올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