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들의 인터넷 서비스 속도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한전의 전력선통신(PLC) 사업이 스마트그리드의 인기에 힘입어 조금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17일 한국전력공사(대표 김쌍수)에 따르면 PLC 기술은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와 전자식 전력량계(스마트미터)를 설치한 55만 가구의 전기사용량 원격검침 등에 적용하고 있다. 향후 지상파 디지털방송 및 행정기관 공지서비스·취약계층 지원·요금 사전경보 등으로 적용 분야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PLC는 전력선의 전원파형에 통신신호를 실어 전송하는 방식으로 전원콘센트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통신이 가능한 기술이다. 한전과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가 1990년대 중반부터 기술개발에 나섰지만 2000년도 들어서 인터넷 붐과 함께 경쟁에서 도태됐고 중복투자 및 통신시장 잠식 논란에 그동안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한전은 PLC를 스마트그리드 본 사업의 메인 통신 인프라로 활용할 계획이다. 스마트그리드 원격검침 및 요금정보 제공의 핵심기기인 스마트미터가 모두 전력선에 연결돼 있는 만큼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것. 국내에 설치된 스마트미터에는 모두 PLC 모뎀이 연결돼 있으며 PLC 모뎀 탑재 및 연결을 위한 슬롯이 있어야 표준 규격에 해당한다.
반면에 스마트그리드 업계는 한전의 PLC 정책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 현실적인 효율성 보다는 그동안의 투자비와 통신사업에 대한 미련, 스마트그리드 주도권 때문에 PLC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PLC는 유선에서 무선으로 넘어가는 지금의 트렌드를 따라오기에는 구시대적 기술”이라며 “원격검침 이 외에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까지 언급되는 미래 스마트그리드 환경에서 소비자들은 더 빠르고 편한 통신규격을 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PLC가 지금 환경에서 스마트그리드를 위한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계량기가 댁내가 아닌 외부에 설치돼 있는 국내 사정상 전력선이 있음에도 인터넷 인프라를 확대해 계량기까지 연결하는 것은 비경제적이라는 설명이다.
정강식 한전 PLC 사업팀 차장은 “현재 PLC는 원격검침 이외에도 과부하 및 전력선 안전 검사에도 사용되고 있다”며 “스마트그리드에서 PLC는 비용과 운용 측면에서 인터넷 통신망이 하지 못하는 것들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