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전문업체 플립을 운영하는 조용우 사장은 1년 전 기술 투자를 받기 위해 한양대기술지주회사를 찾았다. 맞춤형 유니폼을 생산하는 플립에게 한양대가 보유한 자동 신체 측정 기술인 ‘포터블 신체 측정 시스템’은 가장 필요한 기술이었다. 플립의 제조 역량과 시너지 효과를 예상한 한양대 기술지주회사는 기술 투자를 결정했다. 기술 투자로 한양대 기술지주회사는 플립 지분 25%를 획득했고 플립은 지난 2월 한양대 기술지주회사 자회사로 편입됐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실시간 생방송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쿠는 지난 2009년 강원지역 5개 대학이 공동 출자해 만든 강원기술지주회사 자회사로 편입했다. 창업 초기기업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 획득과 함께 전반적인 기업 관리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아이쿠는 강원기술지주회사 자회사 편입으로 ‘모바일 VOD시스템 및 이를 이용한 브로드캐스트 스트리밍 방법에 관한 특허’를 이전받았고 지주회사에 지분 10% 가량을 제공했다.
#지난달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선 연세대는 3개 자회사 중 한 곳인 액츠비전에 기술을 투자했다. 위생상 문제가 노출된 기존 내시경 대신 일회용 내시경에 대한 기술을 제공하고 액츠비전의 지분 20%를 획득했다. 연세대 기술지주회사는 앞으로 기술 투자를 통한 자회사 편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대학기술지주회사가 기술 투자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한 단계 도약하고 있다. 기술 투자는 대학이 보유한 우수 기술을 민간 기업에 이전하고 그 대가로 지분을 받는 방식이다. 대학은 보유 기술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일반 기업은 부족한 기술력을 보완해 대학과 기업 모두에게 ‘윈윈’이란 평가다.
대학이 개발한 모든 기술을 사업화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관련 분야에 이미 진출해 있는 기업을 통한 기술 상용화가 가능해 앞으로 기술 투자가 대학기술지주회사의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실제로 플립은 지난 6월 서울보훈병원의 유니폼 입찰에 참가해 최종 계약자로 선정됐다. 입찰에는 제일모직과 LG패션 등 대기업들도 참여했지만 기술평가를 통과한 기업은 플립 1곳뿐이었다.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접촉 없이 신체 측정이 가능한 것은 물론 신체 측정 기록을 자동화해 기록 및 관리할 수 있는 ‘포터블 신체측정시스템’ 덕분이다.
조용우 플립 사장은 “한양대 기술지주회사의 기술투자가 없었다면 플립 같은 작은 기업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며 “지주회사자회사 편입 이후 지금까지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0%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아이쿠는 현재 KT와 네이버, 지상파 방송 3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강원기술지주회사 편입 이후 매출 역시 꾸준한 상승세다. 지난 2009년 9000만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4억원을 넘으며 4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 목표는 20억원으로 7월 현재 이미 1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김호근 아이쿠 대표는 “강원기술지주회사의 기술 투자가 큰 도움이 됐다”며 “최근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해외투자를 유치해 하반기에는 미국 진출도 계획중”이라고 말했다.
이성균 산학협력 기술지주회사협의회장은 “대학기술지주회사가 기술투자를 통해 중소기업의 성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대학기술지주회사와 기존 기업 서로의 시너지 효과가 분명해 대학기술지주회사의 기술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