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게임에 대한 불편한 시각, 바꿔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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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 하면서 살 수가 없다. 일상에서 벗어나 쉬고 놀며 즐기고 재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도 마찬가지다. 하루 종일 공부만 하면서 살 수 있겠는가. 적절히 쉬고 틈틈이 놀면서 공부하게 마련이고 그래야 효과적이다. 43년 전 쓴 대입 수험일기의 타이틀이 ‘4당 5락’인 것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오늘도 이 말은 생생히 살아서 학생들 머리 위를 유령처럼 떠돈다. 그러나 입시를 겪은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게 공부할 수 없다는 것을 다 안다. 예나 제나 구호는 구호로 그치고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입시생들은 자신도 가족도 눈을 피해서 쉬고 논다.

 거창한 구호와 비현실적인 방법으로 불가능한 목표의 달성을 외치는 것은 결국 위선을 부르게 된다. 놀이의 필요를 이해하고 놀이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다양한 놀이가 제대로 보급되지 못한 가운데, 게임은 사용자가 2000만명에 달하는 대표적 현대 놀이가 됐다. 가히 ‘게임 피버’라고 불러도 될 만큼 청소년들은 푹 빠져서 즐기고 놀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허용된 놀이가 성인에 비해서 턱 없이 부족하고 학교에서는 공교육, 집에서는 사교육에 시달리며 짬짬이 놀이하기에는 게임만한 것이 없다. 성인보다 절제와 사리분별이 약해서 게임에 빠진다고 매도해서는 곤란하다.

 우리 사회의 게임에 대한 인식은 너무 단선적이고 청소년의 게임이용에 대해서 가혹하다. 게임은 너무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어서 청소년 등이 탐닉하면 살인·자살·가출·절도 같은 대형 사고를 일으키게 된다는 마녀사냥식 논리가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은 폭력적 게임의 미성년자 판매 금지를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헨젤과 그레텔, 백설공주 등과 같은 수많은 원작 동화에도 심각한 폭력 내용이 담겨 있으며 가상현실과 실제현실과의 인과관계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어떤 주장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지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안녕, 건강과 사회체제의 수호를 위해 인구 10만명당 5~6명이 병에 걸리면 법정전염병으로 분류,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특별관리한다. 게임에 빠져서 사고를 칠 수 있는 청소년 고위험군이 많게는 150만명 적게는 10만명이나 된다고 일부에서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인구 10만명당 7500명 내지 500명이 병에 걸려 있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가 된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사회는 초대형 변고 속에서 벌써 붕괴됐어야 한다.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입시지옥을 잘 이겨내기를 노심초사 바라는 심정은 누구나 같다. 그렇다고 게임의 부작용이 과장되거나 오도돼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마녀사냥식이 아닌 방법으로,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게임 신드롬에 접근해야 한다. 이런 노력의 하나로 지난 6월 초 게임문화재단은 중앙대학교 병원에 최초로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를 개소했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가운데 전문의와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 게임 과몰입 문제를 의과학적으로 풀어 나가는 길이 열린 것이다. 센터의 판단에 따라 개인 소요 비용의 50~100%를 재단이 부담한다. 작은 출발이지만 게임의 부작용을 치유하는 유의미하고 큰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kimjongmin@gamecultur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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