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엔진, 사람들이 기억하는 방식을 바꾼다

 ‘무엇을 기억하기보다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한다.’

 검색이 보편화하면서 우리의 뇌가 기억하는 방식도 바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베티 스패로 컬럼비아대학 교수 연구진은 최근 사이언스지에 검색 엔진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을 게재하고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논문은 인간이 검색을 하면 어떤 사실을 기억하기보다 그 사실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기억하는 식으로 기억의 방법이 재편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인터넷이나 검색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 것이라는 기존의 편견을 반박하는 내용이다. 사람들은 정보가 어디에 있는 지 알 때는 기억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버드대학 재학생 6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은 40가지의 잡다한 지식 중 상당수를 기억하지 못했다. 정보가 어딘가에 있다고 믿기 때문에 기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패로 교수 연구진은 이를 ‘구글 효과’라고 명칭했다.

 스패로 교수는 이것이 기억력의 상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여전히 온라인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은 기억하는 능력이 있고, 또 어디에서 정보를 찾을 지 기억하는 능력은 점점 숙련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이나 아이엠디비 등 검색 서비스가 정보를 총체적으로 저장하는 외부 메모리의 역할을 하고, 사람들은 메모리에서 정보를 찾는 것에 익숙해진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저수지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지기 때문에 인터넷 접속이 끊긴다는 것은 친구를 잃는 것과 같은 상실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스패로 교수는 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인터넷 검색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친척의 생일이나 고등학교 동창의 이름과 같은 것들을 기억하지 못할 때 지인의 기억에 의존하는 ‘집단 기억’과 유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같은 변화가 창의성의 발현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나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기억된 사실에 의존하지 않을 때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만들기 쉽다고 주장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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