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시장의 주류인 결정형 실리콘 태양전지 가격이 6개월 만에 와트당 0.75달러로 반토막 나자 CIGS 박막태양전지나 유기염료 태양전지 등 차세대 태양전지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14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먼저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박막 태양전지 생산채비를 하고 있는 대양금속은 당초 하반기 초로 잡았던 양산 계획을 다소 늦췄다. 일단 시제품을 생산하면서 추이를 지켜본 후 양산 시점을 조절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 100㎿ 규모의 CIGS 박막태양전지 공장 건설에 들어간 현대아반시스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당초 내년 1월까지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공사 진행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IGS 박막태양전지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 삼성SDI와 LG이노텍·텔리오솔라 등도 “결정형 실리콘과는 가는 체제가 다르고, 가격뿐만 아니라 발전효율과 적용분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현재 가격대에서 CIGS 박막태양전지를 양산하고 있지 않아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CIGS 박막태양전지 업체들이 긴장하며 템포를 조절하는 이유는 현재 대부분의 태양광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결정형 실리콘 태양전지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태양전지 재고를 덤핑가격으로 풀고 있어 일시적으로 가격이 와트당 0.75달러까지 내려간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당분간은 그 여파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CIGS 박막태양전지 업계는 장기적으로 전지 가격을 와트당 0.4달러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 와트당 약 3달러 수준인 CIGS 박막태양전지가 결정형 태양전지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다음의 이야기다.
다시 말해 지금처럼 결정형 태양전지 가격이 낮으면 CIGS 박막태양전지가 시장에 진입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CIGS 박막태양전지 업계에서는 결정형 태양전지와 맞붙어야 하는 태양광발전소 시장 외에 고유 수요가 있는 건물일체형태양광시스템(BIPV) 등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CIGS 박막태양전지 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CIGS 박막태양전지 시장을 주도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다면 이에 걸 맞는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중국에서 전기차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전기차 보급 시장을 파격적으로 형성해줬던 것처럼 CIGS 박막태양전지도 대규모 테스트베드(수요처)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기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유기태양전지는 시장 자체가 기존 영역이 아니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정석 코오롱 수석연구원은 “유기는 가볍고 대면적 생산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며 “발전시장이 주 타깃이 아니라 전면적으로 결정형 실리콘이랑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한 수석연구원은 “코오롱은 1회용 태양전지나, 포터블 등 고유시장 개척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봉균·유선일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