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발달은 삶의 질 향상에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과학 자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정밀 측정 장비와 초대형 연구 장비는 예전엔 보지 못했던 미세한 세계를 볼 수 있게 했고, 수만광년 떨어진 우주의 신비를 엿볼 수 있는 계기를 줬다.
첨단 연구·측정 장비의 발달과 유비쿼터스 사회의 도래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생산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중심의 제4세대 연구 패러다임이 새로운 연구 사조로 떠올랐다.
지난 2월 발간된 ‘사이언스’의 ‘도전과 기회’라는 과학데이터 특집호에 따르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의 홍수가 이미 거대한 도전 과제이자 새로운 연구 기회로 떠올랐다. 연구자들은 과학데이터가 소중한 자원이고 미래를 여는 핵심 키워드라는 점에 공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학데이터는 연구 후 없어지거나 개별 연구자와 연구실 단위로 관리된다. 국가 자원으로 보존·공유·재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용량 데이터 기반 연구가 새로운 사조로 등장하는 것은 연구 장비와 컴퓨터의 발달로 이전에 가능하지 않던 새로운 연구에 지평이 열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데이터는 융합을 통해 전체를 보는 눈을 키워준다. 이전에 각 연구가 나무를 보는 연구였다면 데이터를 통한 융합연구는 숲 전체를 보는 연구다. 최근 발생한 일본의 핵물질 유출 사건도 대응책을 제대로 수립하려면 유출된 물질의 물성, 해수의 흐름, 해양 생물의 먹이사슬과 이동 경로, 대기의 움직임 등을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위성, 기상, 해양, 생태, 물성 등 다양한 데이터의 융합과 상호 작용을 분석해야 한다.
데이터 중심 연구가 활성화하려면 먼저 데이터를 공유·활용하기 위한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의 관리 주체가 여러 부처 산하에 다원화돼 있고 상호 협력 체제가 없으므로 데이터 기반 연구를 위한 국가 과학데이터 거버넌스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또 대용량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첨단 컴퓨팅 장비와 고도의 기술 지원도 필요하다. 연구자들이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듯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한 유통체제 구축도 필요하다.
과학데이터가 국가 과학기술 지식자산으로 관리 및 공유·활용되면 국가 연구개발(R&D) 효율성이 향상되고, 데이터 중심의 제4세대 연구 패러다임이 활성화돼 창의적 연계·융합 연구의 꽃이 활짝 피어날 것으로 믿는다.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shhahn@kisti.re.kr
후원: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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