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새 窓을 열어라](4)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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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는 지난 5월 두 가지 뉴스로 디스플레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바로 세계 최초의 5.5세대 AM OLED 양산과 일본 우베코산과 폴리이미드(PI) 생산 합작법인 설립이 그것이다. SMD의 5.5세대 라인 가동은 공급 확대 및 규모의 경제 구축을 통해 AM OLED 시장에서 경쟁사와 격차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우베코산과의 합작법인 설립은 그동안 연구 및 개발 차원에 머물던 플렉시블(Flexible) 디스플레이 상용화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신호탄으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LCD, PDP, AM OLED 등 유리기판을 사용하는 기존 평판디스플레이(FPD)와 달리 플라스틱 소재 기판을 사용해 가볍고, 자유자재로 휘거나 구부릴 수 있는 특징을 가진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 장점 등을 이용해 기존 디스플레이로는 구현할 수 없는 두루마리형 신문, 손목시계형 휴대폰 등 다양한 휴대형 제품에 접목할 수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주목받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로 진화하면서 휴대가 간편하고 이동성이 뛰어난 휴대형 기기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화 여부에 따라서 벽지처럼 바를 수 있는 초대형 TV 등 기존 디스플레이 패널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제품도 출현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LCD 출현 이후 30여년간 유지돼온 ‘평판(Flat Panel)’이라는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수요는 2015년 2억대 수준에서 2020년에는 약 31억대로 5년 만에 15배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한보람 디스플레이뱅크 수석연구원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기존 디스플레이 시장을 대체하는 수요보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2020년 전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수요 중 70%는 전혀 새로운 시장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유럽, 대만 등 세계 각국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및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LCD사업부가 플라스틱 기판을 적용한 LCD를 양산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을 확보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도 플렉시블 AM OLED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LG디스플레이도 전자종이에 적용되는 금속성 기판부터 시작해 다양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소니를 중심으로 플렉시블 OLED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특수 소재 기판으로 유기물 트랜지스터를 사용해 품질 신뢰성이 떨어지고 양산 가능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미국과 유럽은 전자책(e북) 등에 사용돼 주목받고 있는 전기연동 디스플레이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대만도 국책연구기관인 ITRI를 중심으로 기판 및 양산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 속도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장진 경희대 교수는 “최근 1년간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를 비롯한 각종 전시회에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 경쟁이 가장 큰 화두였다”며 “각국의 기술 수준을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의 기술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데 학계는 물론이고 업계의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지난 2009년 세계 최대 크기인 6.5인치 플렉시블 AM OLED 패널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스마트폰 ‘갤럭시S’에 채택된 AM OLED 패널과 동일한 WVGA(800×480) 해상도의 4.5인치 플렉시블 패널을 개발, 양산에 가장 근접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필수 소재인 폴리이미드(PI) 합작사 설립을 통해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SMD 주도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핵심이 되는 기판 및 양산 기술 확보와 원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성능 측면에서 기존 디스플레이와 동등한 기술 수준을 갖춰야 한다. SMD가 유리기판을 사용한 기존 AM OLED 패널과 동등한 해상도를 갖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이 주목받는 이유다.

 산·학·연·관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연구개발 체계를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난 3월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한 10대 소재(WPM) 개발 프로젝트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소재가 포함된 것은 바람직하다. 정부는 2018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입,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소재 개발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진동원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는 물론이고 학계와 기업이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며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연계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소재 및 장비 개발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WPM 프로젝트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기판소재사업단 개발 모델이 좋은 성과를 도출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장진 경희대 교수>

 “플라스틱 소재 혁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동안 실험실 차원에서 머물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이제 제품 수명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막바지 기술 및 공정 개선이 필요하다.”

 장진 경희대 교수(정보디스플레이학과)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업체들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이 경쟁국보다 월등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품 신뢰성 확보를 위한 막바지 기술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핵심이 되는 기판을 플라스틱 소재로 대체함으로써 구동 과정에서 정전기와 열을 효율적으로 방출하는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유리기판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제품 신뢰성을 결정하는 만큼 이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기초가 되는 플라스틱 소재 자체의 특성으로 인해 열 전달 및 정전기 방출이 힘든 점을 추가적인 회로 기술 등을 이용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LCD와 AM OELD를 망라해 저온 공정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박막트랜지스터(TFT) 제조를 위한 증착, 스퍼터링 등의 높은 공정 온도를 낮춰 플라스틱 기판이 변형되지 않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AM OLED의 경우 플라스틱 기판을 유리기판에 떼어내는 기술도 넘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SMD가 현재 양산 기술을 확보 중인 폴리이미드(PI) 기판은 유리기판 위에 균일하게 코팅한 후 AM OLED 패널을 제조한다. 패널 제조 공정이 끝난 후 다시 떼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코팅된 플렉시블 기판을 변형 없이 유리기판에서 분리하는 디태칭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앞으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핵심 원천 기술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양산 기술 확보에는 앞서 왔지만, 핵심 원천 기술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차세대 시장에서는 이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특허 등 원천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기판 선결 과제는?>

 LCD와 AM OLED를 포함한 기존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은 유리기판을 기반으로 구축돼 있다. 유리기판은 기본적으로 내열성이 뛰어나 300도 이상의 공정 온도를 견딜 수 있는 특성이 우수하다. 하지만 플라스틱 기판은 기본적으로 열 안정성이 유리기판에 비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기판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다양한 성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열이 가해져도 물질이 자기 고유 성능을 유지하려는 특성인 열 안정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나. 플라스틱은 과도한 열에 노출되면 용제와 저분자 및 소분자가 필름 표면과 주변에 드러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특성이 변질되고, 균열과 작은 구멍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디스플레이 구동을 위한 박막트랜지스터(TFT) 제조 공정에서는 가열과 냉각 공정이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변형되지 않는 열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플라스틱 기판에 가장 중요한 과제다.

 플라스틱 기판이 구부러지거나 휘어져도 본래의 물리적 특성을 유지하는 유연성도과 내구성도 확보해야 한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기본적으로 구부러지거나 휘어지는 특성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 특성이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대규 순천향대 교수(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는 “현재의 플라스틱 기판은 열팽창 계수가 낮고 열 안정성과 화학성 등의 특성에서 디스플레이용 기판에 적용할 만한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초대형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는 기판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상용화 및 확산에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서동규차장(팀장) dkseo@etnews.co.kr, 서한·양종석·윤건일·문보경·이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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