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등 구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채택한 국내 스마트폰업체들이 글로벌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의 잇따른 전방위 특허 라이선스료 요구에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미국 애플과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특허 리스크’로 경영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허 리스크 관리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10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안드로이드에 탑재된 메일 송신기능 등의 원천기술에 대해 삼성전자에 특허 라이선스료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오라클도 자바 애플리케이션 구동 솔루션과 관련한 특허료를 주요 안드로이드 단말업체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보기술 전문지 CIO는 오라클이 최근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자바 애플리케이션 구동 솔루션과 관련해 대당 15~20달러에 달하는 특허료를 요구 중이라고 보도했다.
오라클은 지난해 구글을 상대로 안드로이드에서 자바 애플리케이션을 구동시키는 구글의 달빅(Dalvik) 가상머신이 오라클이 인수한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기술을 침해했다고 특허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MS에 이어 오라클마저 가세하면서 안드로이드 단말 제조업체들은 특허 대응에 비상이 걸렸다. HTC는 이미 올 4월 MS와 특허협상을 마무리하며 대당 5달러의 특허료를 지불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씨넷 등 외신들은 최근 MS가 삼성전자와 똑같은 로열티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MS는 HTC보다 3배나 많은 대당 15달러의 로열티를 요구 중이라고 보도했다. 대당 15달러는 2분기 삼성전자가 판매한 스마트폰 1900만여대로 환산하면 무려 1800억원에 달하는 거금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2분기 영업이익이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무려 10%를 넘는 규모다. 여기에 오라클 로열티도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되면 영업이익의 20~30%를 특허료로 내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MS와 오라클과) 로열티 협상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며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는 상황이다.
박종석 LG전자 부사장은 “아직 MS가 LG전자에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애플이 노텔의 특허를 인수하는 등 향후 특허소송이 잇따를 것에 대비해 특허전담팀을 가동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MS, 오라클 등의 소송은 다른 글로벌 SW업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허소송은 특허 위반기업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뒤 제기해 거액의 특허료를 받아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안드로이드 단말업체들의 실적이 급신장해 그동안 특허소송을 검토해온 업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국적기업 SW기업 한 관계자는 “HTC에 이어 삼성전자의 특허료 협상이 마무리되면 현재 MS로부터 공식적인 특허 협상을 제안받지 않은 LG전자도 피해가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의 특허관리가 사업의 존폐를 결정할 정도로 중차대한 문제로 부상한지 오래”라면서 “우리나라 기업은 아직까지 특허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시스템적으로 해온 업체가 없어 이제라도 국가적인 과제로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잇따른 특허 소송으로 구글의 허술한 OS 개발방식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