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유통업계의 키워드는 단연 ‘글로벌’이다.
홈쇼핑업체는 물론, 가전전문점·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까지 앞다퉈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유통업은 전형적인 내수 업종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세계에 도전하는 것이 유통업계 큰 흐름이 됐다. ‘유통업은 고유 내수 업종’이라는 고정관념이 단박에 깨지고 있다.
◇물건 판매 아닌 비즈니스 모델 수출=홈쇼핑업계는 방송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고 콜센터에서 상담과 주문접수·배송까지 처리하는 방식을 해외시장에도 그대로 적용 중이다. 국내에서 검증받은 모델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 지난 2004년 중국 상하이동방CJ를 개국했던 CJ오쇼핑은 올들어 일본에서 CJ프라임쇼핑을 출범하고 베트남선 SCJ TV를 개국하는 등 해외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1조원 이상의 해외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GS샵도 지난 5월 말 태국에 홈쇼핑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공격적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아이마켓코리아(IMK)는 MRO 모델로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수출 비중을 3년 내 30%까지 올리자는 것이 일차 목표다. 다양한 물품에 대한 재고·배송·물품관리 노하우와 시스템으로 해외에서 승부수를 띄운다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 달성=가전유통 전문점 하이마트는 지난달 코스피 입성과 함께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수 1위의 가전판매점이지만 포화상태인 내수시장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글로벌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주에만 이마트가 베트남 진출을 선언했고, 롯데면세점도 해외 1호점을 오픈했다. 유통업계의 해외진출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쟁사 점유율을 빼앗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을 만큼 내수시장은 포화상태”라며 “업종 선두권 업체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확인된 비즈니스 모델로 해외에 도전하는 움직임은 보다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반성장 효과까지 기대=이달 초 CJ오쇼핑이 베트남 합작법인을 개국하면서 물류업체인 CJ GLS도 베트남 사업을 시작했다. 이처럼 유통사의 해외 진출은 다양한 부대 효과까지 낳고 있다. GS샵·CJ오쇼핑은 해외 사업을 하면서 국내 중소제조사 상품을 현지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아이마켓코리아도 단독으로 해외 진출이 어려운 기업들의 제품을 해외에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발굴한다는 입장이다.
매장관리 솔루션 업체나 방송·사이트 구축 협력사도 대형 유통사의 글로벌 진출에 따른 부분적 수혜를 기대해 볼 만하다.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대형 유통기업이 해외 현지서 안착할 경우,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에게도 분명한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표. 주요 유통사의 해외 사업 내용
자료: 각 사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