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패드 업계가 급락하는 ‘가격 리스크’에 빠졌다. 저가 제품을 앞세운 차이완 기업들의 대공세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자칫 원가 이하의 출혈경쟁이 예상되자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팬택은 오는 10월 첫 번째 스마트패드를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최근 경쟁사 제품들의 가격이 급락하자 좀 더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팬택 고위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는 300달러 초반대 스마트패드까지 시중에 유통되는 상황”이라며 “이 정도 가격이면 LCD패널 등 부품 가격도 건지기 힘들어 사업을 다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2위 TV업체 비지오는 이달 첫 스마트패드 ‘비아태블릿’ 8인치를 349달러에 판매할 예정이다. 대만 HTC도 499달러짜리 스마트패드 ‘플라이어’를 구매하면 80달러에 판매하던 디지털펜을 공짜로 제공하며 가격 인하 경쟁에 가세했다.
저가 제품이 쏟아지자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스프린트는 삼성전자 ‘갤럭시탭 7인치’ 가격을 올 들어 두 차례나 인하했다. 국내에서는 차기작 ‘갤럭시탭 10.1인치’ 출시를 앞두고 통신사들이 최근 재고처리를 위해 2년 약정요금제에 가입하면 기존 7인치 단말기를 공짜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통신사들의 막판 가격 책정도 난항을 겪고 있다. KT는 이르면 다음주 엔스퍼트의 7인치 스마트패드 ‘아이덴티티 크론’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소비자가를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아이리버의 첫 번째 스마트패드를 내놓을 예정인 LG유플러스 역시 가격정책을 놓고 골몰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다음주께 ‘갤럭시탭 10.1인치’를 국내 출시할 예정이지만 출고가를 극비에 부치고 있다. 미국에서 499달러에 출시됐지만, 국내용 제품에는 DMB 수신기능 등이 추가되면서 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한 상황이다. 하지만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들 때문에 인상폭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저가경쟁 조짐에 향후 시장 전망을 놓고 가격우위론과 성능우위론도 엇갈리고 있다. 가격우위론은 비지오, 에이서 등 차이완 기업들이 디지털TV, PC 등에서 저가 브랜드로 성공했듯이 스마트패드도 이들이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토로라가 지난 4월 출시한 ‘줌’이 비싼 가격으로 시장에서 참패한 사례가 종종 인용된다.
이창석 엔스퍼트 대표는 이에 대해 “스마트폰은 누구나 필요한 필수품과 같은 제품이지만 스마트패드는 꼭 필요한 사람들이 구매하는 제품”이라며 “다소 전문적인 사용이 필요한 사람들이 찾는다면 제품을 고르는 기준은 결국 가격보다는 성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스프린트 ‘갤럭시탭 7인치’ 판매가(2년 약정 기준)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