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기차 없어 스마트그리드 사업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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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시한다던 전기차가 나오지 않아 이미 확보한 (차량구매) 예산은 소멸됐고,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내 전기차 관련 사업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사업에서 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 부문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 업체 담당자의 말이다. 정부는 이미 전기차 보급을 위한 차량 및 충전소 지원정책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충전시스템 관련 KS 3종 등의 표준을 고시했지만, 정작 국내 양산형 전기차는 찾아볼 수 없다.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 가보면 차량 없이 민망하게 혼자 서있는 텅빈 전기차 충전소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 사업의 핵심인 전기차 출시는 벌써 수개월째 미뤄지고 있고 아직 뚜렷한 출시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현대차는 지난 3월 국내 최초의 양산형 고속 전기차인 블루온의 출시 채비를 마쳤다고 했지만 아직 시장에는 나오지 않았다.

 공공기관 및 지자체 등은 지난 5월 환경부의 차량 구입비 지원을 통해 블루온 250대와 르노삼성자동차의 SM3 전기차 100대를 신청해 해당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르노삼성차의 양산형 모델 역시 빨라야 올해 말에나 선보일 것이란 예상이다. 출시일을 예상하고 확보해 놓은 공공기관들의 해당 예산이 소멸될 처지여서 관련 업계 불만이 적지 않다.

 전기차 출시를 기다리는 것은 공공기관과 지자체뿐이 아니다. 대학이나 각종 연구 그리고 렌터카 등 전기차를 이용한 신사업을 준비하는 업체도 마찬가지다. 일전에 만난 모 대학 교수도 연구목적으로 블루온 구입을 시도했지만 차가 없어 포기한 상태다. 모 렌터카 업체 역시 차량이 없어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충전기 개발업체들은 호환성 때문에 그 누구보다 차량이 절실하다.

 차량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업계는 현대차의 블루온은 정부 정책과 가격 등의 조율을 마치지 못해 연기되고 있고 누구도 정확한 출시일에 대해 시원하게 답변해주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정책과 실제 공급업체 간의 이견으로 국내 전기차 관련 산업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곧 환경부를 통해 내년도 공공부문 추가 3000대분 지원책과 민간 전기차 보조금 지원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관련 업계와 수요계층이 혼선을 빚지 않도록 보다 신중한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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