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CD는 위기를 먹고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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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울 때 기술 개발에 매진한 그들의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지난 2001년 일본 니케이(NIKKEI) 회장은 한국의 신기술 앞에 머리를 숙였다. 130여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 최대의 경제매체 수장을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삼성전자가 개발한 40인치 LCD 패널이었다. 그 당시 불량 화소, 시야각 및 제조 공정 등의 문제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우세했던 40인치 LCD 패널을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것이다.

 40인치 LCD 패널 개발은 업력이 10년에 불과하던 우리나라가 대형 LCD 시장을 선점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 대형화 경쟁을 펼치던 PDP와의 싸움에서도 주도권을 쥐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LCD 기술 종주국임을 자부하던 일본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주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전 세계 LCD 산업의 이정표가 된 신기술을 개발한 것은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연구진의 공이 가장 컸다. 2000년대 초반은 대만 업체들의 본격적인 LCD 시장 진출로 패널 가격 하락 및 불황의 골이 그 어느 때보다 깊었던 시기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킨 연구진들이 결국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이다.

 1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삼성전자 LCD사업부가 다시 한번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된 패널 가격 하락 및 공급 과잉의 여파로 수익성이 곤두박질 쳤다. 여기에 삼성 사장단 인사로는 이례적으로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업부장이 연중에 물러나는 충격적인 인사까지 겹쳤다. LCD사업부 내부의 혼란을 어렵지 않게 짐작케 할 만하다.

 이럴 때 일수록 과거의 교훈을 되짚어 봐야 한다. LCD 산업은 지난 20여년 간 위기를 먹고 커 왔다. 지금 넋을 놓고 있다가는 더 큰 위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이다. 초대형·초고화질 패널 개발은 물론 투명 LCD, 전기습윤(EWD),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등 디스플레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차세대 기술들이 아직 과제로 남아 있다. 전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의 시선이 삼성전자 LCD사업부를 지켜보고 있다. 여전히 LCD의 대표주자는 삼성전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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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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