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업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과다"…저세대 라인 설비 구축 어려워

 국내 평판디스플레이(FPD) 업계가 제조 공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지난달 정부가 제시한 업종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설비를 구축해야 하지만, 일부 저세대 라인에서는 구축 자체가 어려운 데다가 비용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부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5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 재원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는 경쟁국인 대만, 중국에 비해 과도한 규제로 결국 국내 LCD 산업의 경쟁력 저하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으로 삼성전자 LCD사업부, LG디스플레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오는 2020년까지 2832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이 같은 감축 목표는 2020년 디스플레이 업종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7165만톤)의 39.5%에 달하는 것으로, 감축률은 전기·전자(61.7%)에 이어 두 번째 높은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업종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을 통해 이 같은 비율을 마련했다.

 정부 안에 대해 디스플레이 업계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업계 현실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할당됐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 승인을 받는 등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적극 노력해 왔다”며 “최근 정부가 마련한 온실가스 감축 안은 당초 업계 요구보다 10%P 이상 높은 것으로 업계 현실에 맞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많이 배출되는 온실가스인 SF6(육불화황) 저감 설비 구축이 5세대 이하 구세대 라인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해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대부분 10년 이상이 된 구세대 공장은 부지 및 천정 하중 등의 문제로 저감 설비 구축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목표를 맞추기 위해 소요되는 500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비도 큰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형 LCD 시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추가 설비투자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디스플레이가 똑같은 주력 수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감축률을 할당받은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국내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워 대만,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도 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업종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20년까지 자동차는 31.9%, 반도체는 27.7%, 조선은 6.7%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철강 업종의 감축 비율은 6.5%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전기·전자 업종의 감축률이 61.7%로 가장 높지만, 폐기 단계의 냉장고 냉매와 중전기기의 SF6 회수율을 반영한 것이어서 실제 업계가 감축해야 비율은 디스플레이 업종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 업종별 배출전망치 대비 온실가스 감축률 및 감축량> (단위:%, 만톤)

(자료:정부)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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