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이란 와이브로(해외명칭은 와이맥스) 시장에 진출한다.
지분투자 중심이었던 기존 통신사업자의 해외 사업과 달리 현지사업자에 운영서비스를 제공하는 형식이어서 해외 진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한국에서 롱텀에벌루션(LTE) 등에 밀려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는 와이브로의 가능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5일 KT는 이란 현지 와이브로 사업자 모비넷(Mobinet)과 함께 이란 와이브로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모비넷은 이란 1위 유무선 통신기업 TCI와 MCI의 계열사로 지난해 설립 이후 테헤란을 중심으로 약 3만명의 와이브로 가입자를 갖고 있다.
KT는 모비넷이 추진 중인 와이브로 전국망 서비스에 대해 설계부터 망 구축·운영, 마케팅, 영업 등에 이르는 토털 네트워크 매니지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KT 인력이 파견돼 해당 사업의 프로젝트매니저(PMO)를 비롯해 기술(CTO), 마케팅(CMO), 세일즈(CSO) 업무를 수행한다.
KT는 지난 상반기 모비넷과 최종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달 현지에 인력을 파견했다.
모비넷은 당초 테헤란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망 설계와 운영 등에 어려움을 느껴 풍부한 경험을 지닌 KT와 손을 잡았다.
모비넷은 이르면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부터 전국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1300~1500개 내외의 기지국을 구축할 방침으로 투자규모는 2억~3억달러로 추정된다. 기지국 장비는 초기에는 중국 화웨이, ZTE 장비 중심으로 구축되다가 최근에는 삼성전자도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T는 르완다와 우즈베키스탄에 각각 망 구축사업 수주와 지분투자 방식을 통해 해외 와이브로 사업을 벌인 적은 있지만 통신망 운영에 필요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니지드 서비스 형식은 처음이다. 매니지드 서비스는 지분투자와 달리 투자 리스크가 적고, 성공사례를 기반으로 타 시장에서 고객을 확보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을 지녔다.
김상욱 KT 글로벌영업본부 상무는 “그간 KT가 와이브로 분야에서 다져온 역량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이를 계기로 향후 해외 와이브로 시장 진출 폭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국내에서 LTE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된 와이브로가 새롭게 조명받을 것으로 보인다. 와이브로 분야에서 한국이 ‘넘버원’이라는 인식을 세계에 심어준다면 부족한 유선인터넷 인프라를 와이브로로 대체하려는 해외 국가에 진출할 기회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