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카드업 신규 진입 발목

모바일 투자 지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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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사 분사를 준비 중인 시중은행이 이를 미루고 있다. 금융당국의 카드사 견제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금융 등 새로운 사업 영역 투자가 미뤄져 자칫 외국계 카드사에 안방을 내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올 상반기에 카드사업본부를 분사시킬 예정이었으나 승인 권한을 가진 금융위원회와의 논의가 지지부진함에 따라 전체 진행일정을 미뤘다. 카드부문 분사 소문이 나돌았던 SC제일은행도 당분간 이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농협중앙회 역시 다른 은행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분사 시기를 조율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과열경쟁과 쏠림현상이 새로운 위기의 싹이 될 수 있다”며 카드사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올들어 800조원에 이르는 가계대출 부실의 주범으로 카드사를 지목하고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대손충당금 상향조정, 회사채 발행 특례 폐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강도 높은 제재 수단을 연달아 꺼내들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 5월 ‘카드사업 법인화추진위원회’를 꾸리는 등 내부에서 분사 준비를 진행했으나 안팎의 여건이 좋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내 주무부서 이전으로 업무 연속성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카드 관련 업무는 주무부서인 중소금융과가 아니라 은행과에서 맡고 있다. 중소금융과는 저축은행 관련 사안을 처리하는 데도 벅차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요 사안은 두 과에서 함께 결제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언제 원 상태로 돌아갈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융당국에 각종 사안이 산적해 있는데 카드사 신규 승인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을 것 같다”며 “올해 초 KB국민카드를 마지막으로 당분간은 카드사업 분사 추진이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업계에 파다하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모바일 금융 등 신규 사업 투자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사·전업카드사·제조사 등은 이미 ‘NFC 코리아 얼라이언스’를 구축, 스마트 모바일 결제 인프라 구축에 나섰지만 여기에 은행은 빠졌다. 은행권과 전업카드사 사이의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에 외국계 카드사(마스터카드)는 포함됐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처음 협의체를 구성할 때 시중은행보다는 전업카드사 위주로 참여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모바일 환경 구축에 앞장서는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이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권 원장은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해외 진출을 통해 블루오션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NFC 등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카드업계의 노력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불만이다.

 그 결과 시중은행의 모바일 금융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지연되고 있다. 전업카드사보다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한 탓이다. 지난 1~2년 사이 분사한 하나SK카드와 KB국민카드가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확보한 가운데 스마트 금융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 카드업계 고위관계자는 “플라스틱 카드에서 모바일 카드로 넘어가는 중요한 분기점인데 금융당국이 현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규제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해외시장 선점을 위해서라도 빠른 투자와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NFC 코리아 얼라이언스’ 참여 업체

 (자료 : 방송통신위원회)

 <표> 금융당국의 카드업계 규제 방안

 (자료 : 금융감독원)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