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 좌담회]부품소재 산업 세계 일류화에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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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년간 국내 부품소재 산업은 한국 주력 산업 성장과 정부 정책 등의 영향으로 괄목할 만한 발전을 거듭했다. 이제는 세계 일류화에 시동을 걸 때다. 삼성·LG 등이 세계 최고로 성장했지만 국내 부품소재 산업은 여전히 영세한 실정이다. 특히 고부가가치 소재는 일본·독일 등 해외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다. 부품소재특별법 제정후 10년이 흘렀다. 전자신문은 국내 부품소재 산업이 앞으로 새로운 10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정부·연구소·업계 전문가들과 대담의 자리를 마련했다.

 

 ◆참석자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나경환 생산기술연구원장

 △정규하 제일모직 전무

 △민동준 연세대 교수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

 △사회:서한 전자신문 부품소재팀장

 

 ◇사회(서한 전자신문 부품소재팀장)=부품소재특별법이 올해 말 시효 만료를 앞두고 연장을 위한 개정안 처리 과정에 있다. 법 제정 후 국내 산업에 어떤 성과가 있었나.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부품소재특별법이 제정된 후 범정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이 있었다. 10년간 약 2조원의 예산이 투입됐고 이중 1조5000억원이 핵심 부품소재 R&D 지원에 사용됐다. 이를 통해 국내 산업계가 발생시킨 매출은 6조1000억원으로 지원 예산의 4.7배 효과를 냈다. 일자리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한 것은 물론이고 3300여건의 지식재산권도 확보했다.

 수출액도 부품소재 특별법 시행 당시 620억달러에서 지난해 2290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흑자액 규모도 27억달러에서 779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대일역조 현상도 부품소재특별법 시행 후 크게 완화됐다.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 중 부품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우리나라가 부품소재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사회=업계의 바람대로 부품소재특별법이 10년간 연장된다면 이전과 달라지는 핵심은 뭔가.

 ◇김재홍=부품소재특별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올해 말 만료되는 법 시한을 10년 동안 연장하는 내용이다. 또 신뢰성 인증제도 관련 규제를 정비하는 것도 핵심이다. 신뢰성 인증의 주체가 이미 민간으로 이전됐는데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것이다.

 ◇사회=국가 산업 전반에서 부품소재특별법의 효과는 무엇이었다고 볼 수 있나.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국내 부품소재 산업의 달라진 위상은 해외에서 실감할 수 있다. 최근 스위스 취리히에 갔는데 현지 관계자들이 한국 부품소재 기업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보였다. 우리 부품소재 산업 경쟁력이 과거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하늘의 호텔’로 불리는 A380에는 250만개의 부품이 사용된다. 완제품 수준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제반 부품소재 산업이 뒤를 받쳐줘야 한다는 뜻이다. 해외에서도 한국 산업 구조가 선진국형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향후 신뢰성 사업을 강화하고, 소재 물성 등 업계가 공유해야 하는 정보를 더욱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부품소재는 신뢰성이 굉장히 중요한 분야기 때문이다.

 ◇사회=세계 각국 정부가 부품소재 산업 지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선진국의 부품소재 정책은 어떠한가.

 ◇민동준 연세대 교수=일본 정부는 신산업 창조전략을 통해 부품소재 산업에 강력한 육성책을 내놓고 있다. 일본은 부품·소재·조립 산업이 균형 잡힌 좋은 산업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대지진의 여파로 이 구도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지만 여전히 강고한 산업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10대 산업진흥 시책으로 부품소재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특히 비철·희토류 등으로 대표되는 유색 산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각 대학을 중심으로 공동 연구인력 풀을 조성하고 있다. 또 역내로 IT 제품이 들어왔을 때 부품소재의 환경적 유해성이 없음을 입증케 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부품소재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미국은 매뉴팩처링 아메리카라는 법안을 지난 2004년 제정했는데 제조업 기반을 최대한 미국 내에 두도록 독려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나노·원자력 관련 부품소재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회=여러 국가의 부품소재 육성책을 설명했는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뭔가.

 ◇민동준=우리나라가 소재 산업에 주력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분야를 다 할 수는 없다. 경제·인력 규모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30억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이 있고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특정 시장이 존재한다. 동시에 신성장 동력이 될 미래 산업 분야도 있다. 두 가지 관점에서 동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회=부품소재특별법의 수혜대상이자 산업의 주체는 기업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정부 정책의 효과와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정규하 제일모직 전무=지난 2000년 삼성전자의 LCD 사업 매출은 1조원대에 불과했다. 10년이 흐른 작년에는 거의 30조원을 내다볼 수준으로 성장했다. 세계 LCD시장 규모가 100조원에 달하는데, 지금은 삼성·LG가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LCD 산업은 부품·소재 비중이 높은데 현재 65% 정도 비중이 국산화됐다. 부품소재특별법을 포함한 정부의 강력한 산업육성 의지가 있었기에 달성할 수 있었던 성과다.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부문도 정부가 굉장히 잘 지원했다고 본다. 기업은 신규 사업을 시작하는데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리스크가 크지만 향후 성장성이 높은 분야를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을 밀어주면 사업화 속도가 빨라진 덕분이다.

 ◇민동준=학계의 입장도 덧붙이고 싶다. 월드프리미엄소재(WPM)가 기업 주도라면 소재원천 사업은 학계 및 국책 연구소 주도의 사업이다. 소재원천 사업은 국내 기업에 신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는 메뉴판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당시 50개의 핵심 소재를 뽑았는데, 이 중 10개가 실현돼도 성공이라고 본다. 이런 노력이 조만간 성과를 낼 것으로 본다.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정부 정책의 도움을 많이 받은 기업 중 하나다. 최근에는 중소기업도 소재 사업에 관심이 많다. 당장 쓸 수 있는 반부품·반소재를 내재화해 프리미엄급 소재로 진출하는 발판을 노리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정부 정책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고있지만, 2차·3차 협력사들은 잘 몰라서 지원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성과물을 공유해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개발한 기술을 중소기업이 사업화하는 확률이 낮은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일본·독일은 이런 점에서 본받을 만하다. 더불어 중소기업은 연구개발 못지않게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숙련공을 구하기가 정말 힘든 상황이다. 기능직 인력을 모으는데 지원하면 중소기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사회=최근 뿌리산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 정부출연 연구소들이 부품소재 연구개발 성과를 사업화하는데 어떤 고민이 있나.

 ◇나경환 생산기술연구원장=10년전 부품소재특별법 제정에 참여했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산업을 한 단계만 업그레이드시키면 된다고 인식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보면 예상보다 훨씬 큰 성과를 거둔 게 사실이다. 정부에서 내놓은 지원책이 많지만 투입 대비 성과가 가장 좋은 정책은 부품소재 분야였다고 생각한다. 생산기술연구원은 중소 부품소재 기업과 밀접한 기관이다. 부품소재 기업이 원소재 개발 이후 후속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큰 문제점은 자금·인력 등 자원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기술인재 사업은 의미가 크다. 출연기관에서 고급인력을 뽑아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게 하는 제도다. 이뿐 아니라 개방형 시스템을 도입해 중소기업이 여러 각도로 정부 출연기관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연구소나 공공 부문에서 개발한 성과물을 상용화하는데 좀 더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민동준=정부 주도로 개발한 기술이 특허로 등록된 것이 굉장히 많다. 대학도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특허가 팔리려면 많은 시간과 유지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특허들을 정부가 기부 받아서 풀을 구성하는 것은 어떤가.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특허 괴물 등 해외 기업이 수시로 특허소송으로 국내 업계를 공격하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생각된다.

 ◇김용근=지난 10년간 우리나라가 부품소재 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라 잡아야 한다는 패러다임이 생긴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은 글로벌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 정책은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중소기업이 홀로 커서 세계 일류가 되기는 힘들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해서 같이 커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정규하=완제품과 반제품 시장에서는 성공하는 국내 기업이 많이 나오고 있다. 사실 그 원동력은 부품소재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잘 해왔는데, 미래에도 우리가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려면 기초를 재정비해야 한다. 부품소재는 단순히 독립적인 산업이 아니라 다른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근간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민동준=일본에는 TV의 공정 단계가 표시된 책받침을 들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 또 협회 차원에서 만화로 그려서 제조 공정을 쉽게 설명해 배포하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IT에 관심을 갖고 기본 원리를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협·단체도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

 ◇김용근=일본 협·단체들은 홍보활동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세라믹 전시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응용 분야와 융합 트렌드를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회=미래 10년간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소재 산업과 뿌리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 차원에서 앞으로 지원 노력을 집중할 분야는 무엇인가.

 ◇김재홍=부품소재특별법을 연장하는 것은 갱신의 의미보다는 재탄생의 의미가 더 크다. 그동안 해오는 것을 계속 하겠다는 것보다 새로운 전략, 다른 차원의 접근, 새로운 플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품소재 산업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것은 장비와 공정기술을 고도화하는 일과도 직결된다. 중소기업의 저변이 확대되고 인력 부족 등 여러 문제들이 꾸준히 해소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정리=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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