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전방산업 잘 나갈 때 후방산업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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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산업진흥회 박영탁 부회장

 최근 복지논쟁과 함께 청년실업을 포함한 실업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이미 오래다. 대학생들의 대기업 선호와 함께 중소기업에서의 심각한 인력난도 이미 널리 알려진 문제다. 또한 200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공계 기피현상에 따른 산업현장에서의 인력부족과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근무조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에 대학생들의 취업을 무작정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괜찮은 중소기업 즉, 대기업 못지않은 기업성과와 성장가능성,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중소기업 취업은 적극 추천 할만하다. 소위 말하는 괜찮은 중소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기계류·부품의 생산활동이 이루어지고, 이러한 기업들은 하나같이 R&D에 적극 투자해 특화된 기술과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기반이 없는 서비스업 성장은 사상누각이다. 서유럽 국가들도 다시 제조업 기반강화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음을 볼 때, 한 나라의 경제가 건전하게 성장·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조업 부문이 내실 있게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 또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기계산업은 자본·기술 집약산업인 동시에 고용창출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히든챔피언 기업이 많은 산업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제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에는 3만2000여곳의 기계업체가 있다.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100만명 이상의 고용을 담당하고 있다.

 필자는 산업 현장에서 모기업이 국산화 노력을 강화함으로써 국산화 과정에 참여했던 하청 기계류·부품 업체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경우를 자주 본다. 생산라인 증설시 국산장비인 경우 기간단축은 물론 투자비용도 훨씬 저렴하다. 부품조달 뿐만 아니라 생산라인 설비에 고장이 생겼을 경우 즉각 수리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증설과정에서 기술보안이 용이하다. 국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내수활성화는 물론 기자재 가격인하에 따라 물가안정과 동반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FTA 원산지 기준 충족을 위해서도 국산화는 필수적이다.

 국산화는 기술무역수지 개선은 물론 내수활성화에 의한 또 다른 일자리 창출로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전〃후방 산업의 동반성장까지 가능케 한다. 반도체, IT 등 전방산업이 잘 나갈 때 후방산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키워나간다면, 국내 제조업 생태계가 글로벌 경쟁력 우위를 지속하면서 외화가득률을 높이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계류·부품·소재산업은 독일, 일본 선진국과 비교하면 기술격차가 적지 않고 기본 설계, 핵심 부품·소재·소프트웨어 등 첨단 분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기능인력 부족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현행 법·제도 하에서는 5년 이상 국내에 체류할 수 없다. 때문에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들은 출국 조치에 따라 제3의 경쟁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결국 5년간 체화된 기술이 숙련 기능공과 함께 후발 경쟁국으로 고스란히 이전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술인력 의존도가 높은 기계류·부품·소재산업을 선진국형 블루오션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기술·기능인력 수급에 대한 종합대책과 함께 대학생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전환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박영탁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y@koam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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