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중소기업 적합 품목 지정 여부를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궁극적인 경쟁 상대인 해외 조명 업체들은 몸집을 불리며 시장 공세를 강화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국내기업 간 대립보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력 제고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외국은 규모 키우기 한창=울프강 데헨 오스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뮌헨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LED 조명의 공격적인 사업 확대를 선언했다.
울프강 CEO는 “최근 조명산업이 지난 30년 동안 볼 수 없었을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변화하고 있다”라며 “기업 인수를 지속 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2위 조명 업체인 오스람은 기업인수를 통한 ‘토털 솔루션’ 업체로 변신 중이다. 과거 조명사업은 광원과 시스템이 구분됐지만 LED 조명은 광원이 하나의 부품으로 장착되기 때문에 LED 반도체서부터 광원 제조, 등기구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다. 지난 2월 독일 조명 업체 시테코를 인수한 것도 등기구를 내재화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흐름은 세계 조명시장 1위인 필립스도 마찬가지다. 필립스는 LED 조명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5년 루미레즈를 시작으로 무려 11개의 LED 조명 관련 업체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필립스는 경쟁력을 토대로 공격적인 가격 정책도 예고하고 있다. 이 회사는 5년 안에 LED 조명 가격을 현재의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기업 공세, 견딜 수 있을까=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현재 세계 조명시장은 필립스, 오스람, GE 등이 50%를 장악하고 있고 국내시장도 이들 ‘빅3’가 60% 이상을 잠식한 상태다. 조명용 고출력 LED 칩 기술 역시 이들 기업들이 앞서 있어 기존 조명시장 지배력이 고스란히 LED 조명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영역 다툼이 한창이다. 한국LED보급협회는 지난 9일 총회를 열고 “대기업이 LED 조명 분야에 무차별 진출해 중소기업을 존폐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정부 조달에서 대기업을 완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전등기구공업협동조합 역시 이런 내용을 최근 동반성장위에 건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시장에서 대기업들을 배제하는 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 현동훈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자본력을 갖춘 큰 기업들이 LED 조명 산업에 뛰어 들고 있다”며 “LED 조명을 중소기업 적합 품목으로 지정하는 건 시장 경쟁 논리나 세계적인 추세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오히려 지금이 난립해있는 시장을 건강하게 재편할 수 있는 시기”라며 국내 산업계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중기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대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동근 수원대학교 교수는 “백열전구 대체용과 같은 대중적인 LED 조명은 대량 생산이 가능한 대기업이 하고 별도의 설치 기술이 필요한 주차장 등과 같은 면광원은 중소기업이 맡는 식의 대기업과 중기가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 교수도 “규모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중기는 의료, 해양 등 특화된 시장을 개척,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LED 산업 생태계 문제점>
* 대중소기업 간, 분야 간 역할 분담 및 유기적 협력관계 구축 부족. 이에 따른 시너지 창출보다 갈등 구도 부각
* 대기업:글로벌 후발주자로 소자 원천기술 및 조명 산업 노하우 부족. 국내 중소기업과 협력관계 구축 미흡
* 중소기업:전통 조명 산업 연속선 상에서 특화 기술력 없는 다수의 기업이 범용 제품을 단순 조립해 판매하는 영세 구조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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