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어린이들 사이에 ‘뽀빠이(Popeye)’라는 애니메이션이 인기였다. ‘뽀빠이’는 시금치를 먹으면 괴력을 발휘하는 선원의 이야기다. 평소에는 거한의 악당 ‘브루토’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그의 연인 ‘올리브’가 위험에 빠져 “도와줘요. 뽀빠이~”를 외치면 시금치를 먹고 달려가 구해준다. 매편 동일한 구조로 전개되는 스토리였지만 어린이들은 궁지에 몰린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고 힘을 내는 대목에서는 어김없이 탄성을 질렀다.
‘뽀빠이’ 인기는 대단했다. 동명의 과자와 게임이 등장한 것은 물론 어린이들이 그렇게 싫어하던 시금치를 가장 좋아하는 야채로 둔갑시켰다. 사실 ‘뽀빠이’는 어린이들에게 비타민이 풍부한 시금치를 먹이기 위해 1930년대에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기능성 애니메이션의 효시인 셈이다. 물론 효과도 탁월했다. TV 애니메이션이 저녁 무렵 어린이들을 TV 앞으로 끌어 모으던 시절의 얘기다.
게임이 TV 애니메이션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해 가면서 기능성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게임사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까지 기능성게임 개발에 나섰다. 게임산업은 물론 게임을 매개로 한 다양한 융합산업 발전을 위해 매우 고무적이고 반가운 일이다.
이달 말이면 경기도가 지난해부터 개발에 나서온 DMZ를 소재로 한 기능성게임이 첫 선을 보인다. 분단의 아픔과 천혜의 자연 생태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DMZ를 통해 대한민국 현실을 세계인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홍보용 게임이다.
그런데,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이 게임을 두고 아직도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들려온다. 국내 첫 소셜이슈 게임이라는 사실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었던 탓이다. 너무 많은 욕심은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이 게임은 DMZ를 알리는 역할 하나면 충분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 게임은 DMZ를 소재로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프랑스에서 열린 기능성게임 콘퍼런스에 이 게임을 소개한 오수잔나 게임스포체인지(G4C) 한국지부장의 말처럼 ‘우리는 이제 첫발을 떼었을 뿐’이다.
김순기 경인취재팀 차장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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