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 1년만에 `반값`…중고시세 최악의 자동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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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한국GM(옛 GM대우) 토스카를 산 김재우 씨(가명)는 새로 차를 구입하기로 마음먹고 타던 차를 팔기 위해 중고차 시장을 찾았다. 그러나 2008년 2400만원 가까이 주고 산 토스카를 절반 수준인 1200만원 정도밖에 줄 수 없다는 딜러들 말에 감정이 상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3년 만에 1200만원을 손해볼 수 없다는 생각에 그는 새 차 구입을 포기했다.

새 차를 산 뒤 빠르면 3년 안에 가격이 절반 가까이 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신문이 기업형 중고차업체인 SK엔카(www.encar.com)에 의뢰해 6월 중고차 시세를 기준으로 국산차 64개 차종과 수입차 41개 차종의 감가율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산차의 평균 감가율은 출고된 지 1년 된 2010년식이 21.1%, 2009년식이 28.1%, 2008년식이 36.9%로 나왔다.

차종별로 살펴보면 가격이 비쌀수록 감가율이 높아졌다. 2010년식 경차는 17.0%에 불과했지만 준중형차는 21.3%, 중형차는 22.0%, 대형차는 23.5%, SUV는 21.5%로 나타났다. 2008년식 경차는 30.9%, 준중형차는 34.9%, 중형차는 36.6%, 대형차는 44.5%, SUV는 37.5%로 나왔다.

메이커별로는 르노삼성과 기아차의 감가율은 낮은 반면 쌍용과 한국GM의 감가율이 높았다. 르노삼성과 기아차를 사면 일반적으로 좀 더 좋은 값에 중고차로 팔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2010년식 기준으로 메이커별 평균 감가율은 르노삼성 19.8%, 현대 20.3%, 기아 22.0%, 한국GM 22.7%, 쌍용 27.8%로 조사됐다. 2008년식에서는 기아 34.3%, 르노삼성 37.7%, 현대 38.1%, 한국GM 39.6%, 쌍용 45.1%로 나타났다.

메이커별 감가율 최저ㆍ최고 차종 차이도 컸다.

현대차의 경우 2010년식 투싼ix 2.0 VGT 디젤 2WD의 감가율은 11.2%에 불과했다. 반면 2010년식 그랜저 L330은 25.6%에 달했다. 2008년식의 경우 싼타페 2.0VGT SLX의 감가율은 28.0%에 그쳤지만 현재는 단종된 에쿠스 JS380 프리미어는 절반 값도 못 받는 58.0%의 감가율을 기록했다.

기아의 경우 2010년식 중 쏘렌토R 2.2 VGT 2WD는 감가율이 16.1%에 그쳐 가장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차종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스포티지 2WD TLX 최고급형은 감가율이 30.7%로 높게 나왔다.

2008년식에서는 프라이드가 가장 좋은 값에 판매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라이드 1.6 CVVT 골드는 출고된 지 3년이 지났지만 감가율이 22.6%에 불과했다. 오피러스 GH330 고급형 럭셔리는 47.3%로 프라이드보다 2배 이상 감가율이 나빴다.



르노삼성의 경우 2010년식 SM5 명암이 갈렸다. SM5 LE는 14.8%로 가장 감가율이 낮았지만 SM5 SE플러스는 24.8%로 가격이 비싼 SM7보다 감가율이 높았다. 하지만 2008년식에서는 SM5 SE플러스가 감가율 32.9%로 가장 좋은 값에 팔 수 있는 차종이 됐다.

최근 들어 자동차 메이커들은 중고차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수입차 메이커들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신차 판매를 지원하고 새로운 수입원도 창출하기 위해 중고차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오는 7월 중고차 전문브랜드 `스타 클래스`를 론칭한다. 벤츠는 이를 통해 공식 딜러인 한성자동차와 더클래스효성이 딜러점 브랜드로 팔던 벤츠 중고차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중고차 매입, 이력관리, 정비, 할부금융 등을 모두 아우르는 판매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포함된 폭스바겐그룹도 `폭스바겐 파이낸셜서비스 코리아`를 통해 중고차 할부금융 서비스를 시작할 채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고차 사업에 적극적인 수입차메이커는 크라이슬러와 BMW다. 두 메이커는 신차처럼 품질을 보증해주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인증 중고차는 수입차 메이커가 신차처럼 품질을 보증해주는 차로 대부분 출고된 지 2년 이내다.

최현석 SK엔카 영업총괄본부 이사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인기 차종의 감가율은 낮은 반면 가격이 비싼 고급차, 수요가 많지 않은 비인기차, 단종된 차의 감가율은 크게 높아져 3년 만에 가격이 반 토막 나기도 한다"며 "일반적으로 국산차에서는 1000만~2000만원대, 수입차에서는 3000만~5000만원대 인기 차종이 중고차 시장에서도 제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신차를 구입하기 전에 감가율을 파악하면 나중에 되팔 때 손해를 줄일 수 있다"며 "감가율이 높은 차는 같은 값으로 좀 더 연식이 짧고 상태도 괜찮은 차를 고르려는 알뜰한 중고차 구매자에게 좋다"고 조언했다.

■ <용어설명>

감가율 = 신차를 산 뒤 가격이 내리는 정도를 수치로 표시한 것이다. 감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으면 중고차 가치가 더 떨어져 중고차로 팔 때 손해를 볼 수 있다. 이와는 달리 낮으면 상대적으로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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