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장차 예상되는 여러 우발적 위험을 금융 수단에 의해 대비하는 경제적 제도다. 사전적 정의로, 보통 사람들은 보험을 세상 살면서 마주치는 각종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이해한다.
예상치 못한 재해나 사고 이후에 미처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걸 후회하는 사례는 쉽게 볼 수 있다. 보험에 가입했더라면 사고수습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후회다.
자동차 보험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운전자에게 보험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것이다. 하지만 보험 계약기간 사고가 나지 않을 경우 헛돈을 썼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보 운전자는 물론 베테랑 운전자까지 해마다 자동차 보험에 새로 가입한다. 자칫 사고라도 발생하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그리고 보험을 통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과 증권 등 금융권이 잇따라 초대형 정보보안 사고를 당한 이후 너나할 것 없이 정보보안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금융은 물론 유통·의료·통신 등 우리나라 산업 전체에 정보보안에 대한 불감증이 만연해 있지만 심각성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을 감안하면, 늦었지만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정보보안 사고는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끼칠 만큼 파급력이 대단하다. 혹시 모를 정보보안 사고에 대비해 미리미리 투자하는 게 자동차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자동차 운전자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처럼, 정보보안 사고에 대비해 예산을 확대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등 선제적으로 투자하는게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건 아닐까 싶다.
예산과 인력 등 이런 저런 이유로 정보보안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다가 예상치 못한 사고를 재차 당하지 말라는 법은 분명 없다. 보험이라도 있으면 뒷감당이 보다 수월할 텐데.
김원배 정보산업부 차장 adolfkim@etnews.co.kr
-
김원배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