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온리원부품소재]<2>시스템반도체(8) - 현장의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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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습실 컴퓨터가 오래돼 일주일에 4시간 실습하는 동안 설계 결과물을 한번 만져보지도 못한 채 대학생활을 마감해야 합니다. 말로만 인력양성이 아니라 있는 인력이라도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라도 만들어져야 합니다.”

 지난 4월 SoC설계학회에서 한 대학의 전자공학과 교수가 답답함을 참다 못해 손을 번쩍 들어 토로했다. 주제는 시스템반도체 분야 인력양성 해답은 무엇일까였다. 먼 미래의 비전을 논하기 전에 당장 학생들이 쓰는 컴퓨터 하나라도 바꿔야 한 명이라도 더 배운다는 것이었다.

 그 교수는 “설계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매년 업그레이드되는데 실습실 컴퓨터는 3~4년에 한 번 교체되는 수준”이라며 “이런 컴퓨터로는 4시간 실습시간 내내 돌려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컴퓨터 교체를 총장에게까지 건의했지만 컴퓨터 구입비용은 교육비 환원율에 들어가지 않아 힘들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이 교수가 현실에서 부딪히고 있는 어려움을 토로하자, 산업체나 학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건의와 토론이 이어졌다.

 또 다른 대학의 교수는 “상당부분 미세화가 진행된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특성상 소자나 다른 분야에 비해 논문을 쓰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에 대한 평가는 SCI논문 편수 등 정량적 실적만으로 이뤄지고 있어 제대로 된 연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대기업의 사장은 “군대는 재교육을 하는데 왜 엔지니어링은 재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산업의 핵심인 인재 업그레이드를 위한 재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 팹리스 업체 사장은 “산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학교는 학생들의 지적 능력과 정서적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기업은 수많은 영웅들의 이야기로 스타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정부는 병역특례나 세제혜택 등의 제도 지원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사람이 많이 부족하니까 중소 팹리스 기업 인력들이 대기업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면서 “인력이 이동할 때마다 기업들은 피해가 큰 만큼 이적료 같은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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