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 시장이 IT업체들의 잇딴 상장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중국판 ‘페이스북’으로 일컬어지는 중국 SNS업체인 ‘렌렌(人人)’의 상장에 이어 지난 20일에는 미국 소셜 인맥사이트인 ‘링크드인’이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 IT업계에 또 다른 희망을 쏘아올렸다.
이번에는 러시아 최대 검색엔진 업체인 ‘얀덱스’ 순서다. 이 회사는 오는 24일(미국 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정식으로 주식을 상장한다. IT업계와 금융계는 ‘얀덱스’의 나스닥 상장이 ‘링크드인’과 ‘렌렌’을 뛰어넘는 대형 기업공개(IPO)라며 벌써부터 잔뜩 흥분되어 있다.
금융계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얀덱스’의 기업공개 규모가 최소 10억 달러에서 최대 13억 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링크드인과 렌렌의 기업공개 규모가 각각 3억5천3백만 달러와 7억4천3백만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얀덱스 기업공개 규모와 시장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얀덱스의 주식(‘클래스 A’)은 총 5천 2백만주로 주당 20~22달러선에서 공모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가격은 23일 결정될 예정이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기업 공개후 67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얀덱스’라는 회사가 과연 어떤 기업이길래 IT업계와 금융계가 이처럼 큰 관심을 보일까?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기업이지만 얀덱스는 지난 97년 현 CEO인 ‘아르카디 볼로즈’와 ‘일리야 세갈로비치’라는 두명의 공동 창업자에 의해 설립됐다. 두창업자는 90년대 초반부터 공동 연구 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www.yandex.ru’라는 도메인으로 러시아에서 97년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카자흐스탄(yandex.kz), 벨라루스(yandex.by), 우크라이나(yandex.ua) 등에서도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설립한데 이어 2010년 5월에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www.yandex.com’ 도메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얀덱스는 러시아 제1의 검색엔진 사이트다. 러시아의 인터넷 조사업체인 ‘라이브인터넷’에 따르면 얀덱스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작년 12월 현재 64%에 달하며, 22% 수준인 구글을 크게 압도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05년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으며, 이 때문에 얀덱스는 초반 러시아 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조사업체인 컴스코어에 따르면 얀덱스의 월순방문자는 5천8백8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은 4억4천만 달러에 육박했으며, 순이익은 1억3천4백만 달러 수준이다.
경제 매거진 ‘포춘’에 따르면 타이거 글로벌, 베어링 보스톡 사모펀드. 로스 어드바이서 등 기관투자가들이 현재 얀덱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엔젤 투자자로 유명한 ‘에스더 다이슨’이 얀덱스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그녀는 현재 플릭커, 딜리셔스, 파워셋 등 IT업체에도 투자하고 있으며, 미트업, WPP그룹 등 기업의 이사회 멤버로도 참여하고 있다.
‘아르카디 볼로즈’ CEO는 기업 공개후 19.77%의 지분을 소유하게 되며, 최대 주주는 25.97%의 지분을 보유하게 될 ‘베어링 보스톡 사모펀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이 회사는 특정 단일 주주가 2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golden share)’를 러시아 국립은행인 ‘스베르뱅크’에 양도했다.(자료:로이터의 기업 데이터베이스 ‘팩트박스’)
비즈니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얀덱스’라는 기업은 러시아 경제계에서도 매우 독특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러시아의 대기업들이 대부분 석유, 광물 등 천연 자원에 기반을 두거나, 정치적인 배경, 부패, 저작권 침해 등을 통해 성장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반해 얀덱스는 순전히 IT라는 테크놀로지를 배경으로 성장했다는 것.
‘아르카디 볼로즈’ CEO의 ‘아웃사이더’적인 캐릭터도 화제거리다. 그는 큰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기사없이 손수 볼보SUV 차량을 운전하며, 러시아 경제계에 널리 펴져있는 ‘족벌주의’ 경영에 저항하기라도 하듯이 자신의 큰 아들을 얀덱스에 고용하지 않고 스스로 직업을 찾으라고 할 정도로 고집스런 면모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얀덱스의 이번 기업 공개에 언론과 금융계가 관심을 갖고 있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라는 특수한 환경도 작용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러시아 리스크’다.
최근 ‘러시아 헬리콥터스’라는 러시아의 반관영 기업이 런던 증시 상장 계획을 보류한 것도 러시아 리스크가 작용했다는 게 금융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러시아 헬리콥터스’는 헬리콥터 공급 계약 등 민감한 문제를 증권 시장에 공개해야한다는 리스크를 부담스럽게 여긴 것으로 보인다.
얀덱스 역시 이같은 러시아 리스크로부터 전혀 자유로울 수 없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우선 러시아의 기업 관련 법은 러시아에 전략적인 중요성을 지난 기업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국가의 통제를 받도록 하고 있다. 현재 블라디미르 푸딘 러시아 총리가 관련 위원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최근 불거진 얀덱스 계열 ‘얀덱스.머니’가 정부에 비판적인 제보자에 대한 후원자 정보를 러시아 정보당국에 통보해 준 것도 미묘한 반향을 일으켰다. ‘얀덱스.머니’는 현행 법상 정부가 요청하면 관련 정보를 당국에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투자자 입장에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때문에 금융계는 얀덱스에 대한 투자시 러시아 기업의 특수성을 위험 요인으로 고려해야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아무튼 다음주에 상장되는 얀덱스의 기업공개로 IT업체들에 대한 증권가의 관심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열기가 결국은 페이스북, 그루폰 등 IT기업들의 평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IT들의 시장 가치를 놓고 일각에서 거품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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