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위 이동통신사에 이어 1위 사업자도 무제한 데이터요금제 폐지를 결정했다. 미국 이동통신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물가당국의 요금 인하 압박으로 인해 논의조차 못하는 국내 이통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랑 샴모 버라이즌 최고재무담당자(CFO)는 최근 로이터 글로벌 기술 서밋에서 이르면 오는 여름 30달러에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현재의 요금제를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년 6월 AT&T가 무제한 정액제를 폐지한 데 이어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까지 동참한 것이다.
프랑 샴모는 “LTE 발달로 사람들이 모바일기기에서 비디오를 보거나 업로드하는 일이 증가할 것”이라며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는 적합하지 않고, 전혀 경제적이지 않다”고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버라이즌은 대신 이용자 수요를 고려해 다양한 요금제를 선보일 계획이다. 아직 정확한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150MB 한도에 15달러, 2GB 한도에 25달러를 과금하는 AT&T와 유사할 것이란 전망이다.
버라이즌은 이 외에도 가정 내에서 무선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모바일기기가 느는 점을 고려해 가족 단위의 데이터요금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매월 일정액을 내면 가족이 사용하는 여러 대의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에서 무선인터넷을 이용하게 해주는 형태다.
버라이즌의 이 같은 조치에 미국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AT&T의 새로운 데이터요금제가 비교적 잘 정착한 데다, 미국 주요 이동통신사가 한 달에 5GB 이상 데이터를 사용하는 헤비 유저에는 추가적으로 과금하는 등 무제한 정액제에 대한 폐지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뉴스의 눈>
버라이즌의 결정은 늘어나는 데이터 통화량에 대한 이동통신사의 대응 방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이동통신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마트폰 보급 활성화로 세계 데이터 트래픽은 연평균 92%씩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은 회선 증가 등 설비 투자 부담을 안게 되고 이용자는 통화 품질 저하라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의 무제한 데이터정액제 폐지는 트래픽 폭증에 대응하고,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유럽의 주요 이동통신사들은 이미 데이터 이용량당 특정 금액만 내도록 요금제를 세분화해서 제공하는 한편, 한 달에 5GB 이상 사용하는 헤비 유저들에게 추가 요금을 물리는 공정사용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무제한 데이터정액제가 폐지되면 소비자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이 요금제 혜택을 받는 이들은 소수 헤비 유저에 불과하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닐슨은 AT&T가 무제한 데이터정액제를 폐지한 후 99% 이용자가 경제적으로 더 이득을 봤다는 결과를 내놨다.
최근 통신요금 인하 압박과 맞물려 국내에서는 무제한 데이터요금제 폐지는 논의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통신 품질 보장과 소비자 만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서는 무제한 데이터정액제의 단계적인 폐지는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이동통신사들이 이용자의 다양한 데이터 사용 형태를 고려한 합리적인 요금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해야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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