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렇게 노하우가 많은 사람들인데 어떻게든 산업에 보탬에 되는 일을 해보자는 거였지요. 우리도 11년이나 이어질 거라는 생각을 한 건 아닙니다.”
김택호 프리씨이오 회장은 이렇게 회사 소개를 시작했다. 기자가 찾아간 프리씨이오 정기 모임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쟁쟁한 IT 기업 CEO 출신 원로들이 오피스텔 가운데 놓인 탁자에 둘러 앉아 있었다.
이들은 11년째 화요일 회동을 거르지 않고 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뭘까. 지난 2000년 1월. 우리나라 IT 산업을 일궈온 세 명의 원로가 한 자리에 모였다.
김택호 전 현대정보기술 사장, 김영태 전 LG-EDS시스템 사장, 조선형 전 카이스트 교수다. IT업계 수장으로 재직하면서 얻게 된 경험을 후배들에게 나눠보자는 얘기가 오갔다. 여기에 동조하는 IT업계 원로 22명이 더 모였다. 십시일반 모은 자본금은 2억6000만원, 곧바로 프리씨이오를 설립했다.
프리씨이오는 경영컨설팅 전문회사로 기존 컨설팅 회사 수준의 5분의 1 이하 비용만 들이고도 벤처를 창업하는데 필요한 자문, IT 정책과 관련한 조언을 얻을 수 있는 회사다.
이들이 하는 일은 간단하다. 우선 정부에 IT 정책 건의를 하고 심포지엄을 연다. 지식경제부나 기획재정부 공무원들과도 자주 교류한다. 두 번째는 세계시장에 한국 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해외에서 국내 산업이 도움이 될 만한 기업이 있으면 국내 시장 정착을 돕는다. 소프트웨어세계화위원회(KSGC)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위키컨설팅’이라는 젊은 컨설턴트 그룹과 협력해서 한국과학기술정보원(KISTI)과 공동으로 교육관련 컨설팅 서비스도 지원한다.
김택호 회장은 “특히 다른 IT 분야에 비해서 소프트웨어(SW) 산업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주로 논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IT 분야만 연구하는건 아니다. 최근에는 제약회사 등에서도 의뢰가 들어온다. 홍성원 컨설턴트(전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사장)는 “우리가 특별히 홍보를 하는 것도 아닌데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의뢰가 들어오면 먼저 그 회사의 전반에 대해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듣고 프리씨이오 파트너들이 즉석에서 각종 컨설팅을 해준다. 이후 1년간 계약을 해서 장기 컨설팅을 하게 된다.
독특한 점은 완전 수평체제 조직이라는 점이다. 회장도 돌아가면서 맡고 업무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다. 이른바 사이버컴퍼니다. 사안별로 그때그때 팀을 구성하는 등 유연하게 운영된다. 11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이다. 안태형 이사(전 SK C&C 사장)는 “서로 돌아가면서 화장실 청소도 하고 쓰레기통도 비운다”며 껄껄 웃었다.
이들은 기업가와 정부 관료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천사 이사(전 두산정보통신 사장)는 “SW산업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해가 부족하다”며 “국내에 머무르지 말고 해외 시장을 보고 SW를 개발할 것”을 주문했다. 홍성원 컨설턴트는 “과거 국가 안보에 필요한 군을 유지하는데는 막대한 예산을 들였는데 현대 안보라고 할 보안 분야 투자는 미미하다”며 산업화 시대의 낡은 발상으로 첨단 정보화시대의 예산을 운용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일침도 놓았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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