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오일허브 구축, 각종 규제로 난항

　울산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 사업이 법적 규제로 인해 제동이 걸렸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외 주요 오일 트레이더들이 석유제품 혼합 불가와 관세 환급, 운송 선박 국적 문제로 국내서 추진 중인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 참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오일 트레이더들이 가장 크게 문제를 삼는 건 석유제품을 섞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수출 신고된 물품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관세법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반적인 제품의 보관 반출엔 문제가 없지만 고객이 원하는 품질로 맞춰주길 원할 경우 이 같은 법적 규제로 인해 대형 오일 트레이더들이 한국에서 저장탱크를 사용하기 어렵다고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박철웅 정일스톨트헤븐 관리본부장은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 시 저장탱크를 이용하는 고객 중 단순히 제품을 저장 탱크에 보관했다 출고하기도 하고 있지만 탱크 내에서 다른 물질과 혼합하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며 “유럽이나 싱가포르에서도 나라마다 제품 스펙이 달라 이를 맞추기 위해 휘발유·경유·벙커 유 등에 첨가제를 섞어 수출 및 수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 문제로 국내 정유사들이 외국 트레이더에게 석유제품을 팔 때 오일허브를 이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를 수입, 휘발유로 정제해 해외에 직접 팔면 원유 수입 시 부과된 관세를 환급받는다. 하지만 오일허브를 거칠 경우 운송하다 멸실한 물량에 대해서는 관세를 돌려받지 못하게 돼 국내 정유사들이 꺼리고 있는 것이다.

　운송용 선박의 국적문제도 걸림돌이다.

　수출 신고된 물품을 여수에서 울산 오일허브로 운송할 때 기존 내항선만 가능토록 해 외국 국적의 배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자국의 배를 이용토록 보호 장치를 한 것은 맞지만 수만톤이 넘는 석유제품들을 실어 나르기엔 내항선의 경우 운송 용량이 턱없이 부족해 경쟁상대인 싱가포르에 비해 열세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제도 개선을 통해 석유제품을 섞어 팔 수 있도록 하고 운송 중 소실될 경우를 대비해 제품을 선적할 때 관세를 환급토록 관세청과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제품 운송 시 외국 선박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표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