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휴대폰 등 정보통신(IT)업종이 당분간 증시에서 강세를 띨 전망이다. 국제 유가를 포함한 상품 가격의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그간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IT 관련주로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란 예측이다.
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최근 원유를 비롯한 은, 구리,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해 향후 상품가격이 단기간에 이전처럼 강세로 돌아서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상품 가격 상승이 실질적인 수요 회복과는 별개로 투기적인 요소가 강하게 반영된 데다 자산 인플레이션 효과로 투자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상재 현대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최근 상품 가격의 조정은 글로벌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에다 미국 정부가 뉴욕상품 거래소에서 선물거래에 대한 증거금을 인상하며 가격 하락을 유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경기둔화가 감지된 상황에서 원자재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오바마 정부가 상품가격 하락을 통한 인플레이션 통제에 나서고 있다는 것. 실제 원자재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투기자금의 원자재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가 강해지면서 ETF 펀드의 금·은 보유량이 큰 폭 축소되는 상황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최근 급락했지만 여전히 과열 양상으로 상품가격 하락세가 추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상품 가격의 조정이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는 부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글로벌 경기의 둔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시장을 주도했던 화학·에너지 업종을 중심으로 증시가 단기 조정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IT주에 대해선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박 연구원은 “그간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IT주는 미국 경기의 고용회복 등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강세를 띨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고 선진국 수요회복이 이뤄질 경우 IT산업에 대한 실적 회복 기대감도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간 원유·금 등 원자재 투기에 활용됐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IT주의 키 맞추기가 실현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상재 부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 둔화는 달러 캐리자금의 신흥국 유입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이 자금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으로 유입돼 수출 기업 가운데 IT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다만 IT산업에 대한 자금 유입은 실질적인 수요 회복에 의한 것이 아닌 만큼 최근 시장을 주도했던 화학·에너지 업종과의 키 맞추기 정도에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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