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스마트빅뱅]2부-스마트현장을 가다 <1> 스마트교육

Photo Image
한국외국인학교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노트북을 이용해 자료를 검색하고 있다.(사진=한국외국인학교 제공)

 브렌트 브레이코 교사의 세계사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에 들어서자 열 다섯 명 정도의 학생들이 노트북을 켠 채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메소포타미아 정보가 동시에 스크린과 모니터에 떴고, 학생들은 자유롭게 궁금한 정보를 인터넷 서핑을 통해 찾아내고 있었다. 방송영상 관련 수업이 진행되는 또 다른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이 직접 촬영한 화면을 노트북을 이용해 편집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진유선 학생(12학년)은 “작업 과정을 즐기기 때문에 편집 기술을 익히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면서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등장하는 영상을 만드는 일이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개교 1년 만에 과감한 시스템 투자=지난 3일 찾아간 성남시 분당구 한국외국인학교(KIS)에서는 미래형 스마트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학교에서는 우리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6학년부터 12학년까지의 모든 학생(743명)들이 노트북을 소유하고 있다. 무선인터넷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 교내 어느 곳에서든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KIS에도 물론 교과서가 있다.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e북은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실상 대부분의 수업은 100% 노트북으로 진행된다.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은 수학 계산을 할 때와 운동장에서 체육을 할 때뿐이다.

 이런 스마트한 수업이 가능한 것은 KIS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원투원(One to One)’ 시스템 덕분이다. KIS는 개교한 지 1년여 만인 지난 2007년 이 시스템을 구축했다. 상하이국제학교나 케네디안 국제학교 등 중국과 싱가포르, 홍콩, 파리 등의 전 세계 외국인 학교와 미국 사립학교 등에서 원투원 시스템이 탁월한 교육효과를 발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난 뒤다. 시스템 도입 초기 부작용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반대도 많았다. 그러나 10회 이상의 공청회를 통해 교육효과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직접 시범을 보이자 점차 반대의견이 줄어갔다. 처음에는 고등학교에서만 사용하기로 했으나 지금은 중학교까지 확대됐다. 오는 9월부터 초등학교에서도 태블릿PC를 이용해 수업을 할 예정이다.

 ◇미리 보는 미래형 스마트 교육

 이렇게 도입한 원투원 시스템은 ‘교육’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교사와 학생들 모두 학교 생활의 중심에는 노트북이 있었다.

 7학년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스티븐 카츠 교사는 “수업시간에 전혀 종이를 사용하지 않고 모든 텍스트 제공과 숙제검사 등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예전에 종이로 숙제검사를 할 때는 일일이 예전 것을 뒤져야 했지만 지금은 노트북을 이용해 쉽게 검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선생님들이 이처럼 효율적이고 교육효과가 큰 첨단 기술을 빨리 접하고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영어 담당인 사라 패터슨 선생님은 “위키스페이스와 같은 사이트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여기에 숙제를 올리도록 하고 있다”면서 “블로그에 숙제를 올리면 나와는 물론이고 댓글을 다는 다른 학생들과도 매우 많은 상호작용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훨씬 극적이다. 이날 만난 학생들은 열성적으로 노트북을 이용한 학습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제인 유(10학년) 학생은 “손으로 필기를 하면 수업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힘든데 노트북을 이용하면 쉽고 창의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 좋다”며 “노트북은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나의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백세진(12학년) 학생은 “하루 10시간 정도 노트북으로 공부를 하는데 자기가 자기 시간을 통제하기 때문에 통제력과 문제대처 능력 등이 좋아지는 것 같다”면서 “모르는 문제를 페이스북이나 메신저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하루에 열 몇 시간씩 책과 씨름하는 한국 학생들을 언급하며 “대학을 가는 데 경쟁력이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더니 “우리가 많이 진학하는 외국 대학들은 오히려 이런 능력을 선호한다. 한국과 외국의 대학 환경은 많이 다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학생은 “노트북이 무겁고 배터리가 나갈 때도 있다. 모든 정보가 들어있어 잃어버리면 큰일”이라며 단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파격적인 스마트 교육이 성적향상에도 도움이 될지 솔직히 의문이 갔다. 그러나 지난해 KIS 졸업생들의 대학진학 결과를 보고마자 의문은 사라졌다. 대학 진학률은 100%였다. 전체 76명의 졸업생 가운데 59%가 미국 상위 40위 안에 드는 대학에 갔다. 또 38%는 전 세계 40위권에 포함되는 대학에 진학했다.

 ◇놀 거라고요? 걱정 마세요!

 물론 원투원 시스템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 종일 노트북을 사용하다 보면 게임이나 메신저 등에 뺏기는 시간이 너무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 시스템을 도입할 당시 약 30%의 학부모가 이러한 이유로 반대했다. 이 같은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KIS는 학생들의 노트북을 감독할 수 있는 장치 도입했다. 입학할 때 동의를 얻고 노트북에 감독 프로그램을 삽입한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교내에서 학생들이 어느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어느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또 가정에서는 학부모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아이들이 노트북으로 무엇을 했는지 기록을 볼 수 있다. 컴퓨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학부모들에게는 간단한 교육도 제공한다.

 비싼 비용은 앞으로 원투원 시스템이 국내 교육환경에 전파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KIS에서 학생들이 사용하는 노트북은 대당 100만원이 넘는다. 지난해에는 고장 수리와 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용만 2억여원이 들었다. 이러한 장애물을 넘어 국내 전역에 KIS와 같은 스마트 교육이 조기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 등을 통해 비용을 낮추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Photo Image
브렌트 브레이코 선생님의 세계사 시간에 학생들이 노트북을 이용해 자유롭게 자료를 찾아보고 있다.(직접 촬영)
Photo Image
브렌트 브레이코 선생님의 세계사 시간에 학생들이 노트북을 이용해 자유롭게 자료를 찾아보고 있다.(직접 촬영)
Photo Image
12학년 진유선 학생이 직접 촬영한 동영상을 자신의 노트북을 이용해 편집하고 있다.(직접 촬영)
Photo Image
12학년 진유선 학생이 직접 촬영한 동영상을 자신의 노트북을 이용해 편집하고 있다.(직접 촬영)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