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대지진 피해 일본 산업 전반으로 확산

 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50일, 일부 반도체 관련 생산시설이 멈추면서 일본은 물론이고 세계 전자업계 전반에 생산차질 위기가 가시화됐다.

 5일 니혼게이자이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3월 11일 대지진으로 발생한 반도체 전문업체 르네사스의 이바라키공장과 웨이퍼업체 신에쓰의 후쿠시마공장 조업중단이 계속되면서 일본 산업계가 비상생산 계획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르네사스는 세계 MCU 시장의 30%를 공급하는 선도기업이다. 분야별로 자동차용 40%, 가전용 20%, 산업기기용으로 25%를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후쿠시마공장은 르네사스의 주력 생산기지다.

 일본 언론은 르네사스의 MCU 재고가 6월 말이면 바닥난다고 전망했다. 르네사스는 6월 중순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진 이전 수준으로 언제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조업을 재개하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MCU를 만들고 공급하기까지 2개월가량 걸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지진 여파는 8월 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생산량이 반토막난 자동차에 이어 휴대폰, 백색가전, 엘리베이터 등 산업은 생산 계획 재검토에 들어갔다.

 야마다 류지 NTT도코모 사장은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시스템 LSI의 부족 때문에 올여름 일부 신제품의 출시가 2주 정도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 시스템LSI 대부분을 르네사스에서 공급받는 샤프나 NEC, 카시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백색가전업체 중에는 미쓰비시가 MCU 부족으로 6월부터 냉장고 일부 기종을 감산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양판점에 일부 가전 납품이 늦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엘리베이터 업계에서는 시장 2위 업체인 히타치 측이 “제어용 MCU의 안정적 조달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히타치는 고객인 건설업체와 납기 연기 협상에 들어갔다.

 반도체 기초재료인 웨이퍼 공급 부족도 심각하다. 가동이 중단된 신에쓰화학 후쿠시마공장은 세계 웨이퍼 수요의 20%, 일본 물량 50% 이상을 공급하는 핵심 사업장이다. 신에쓰화학은 지난달 20일 조업을 일부 재개했지만 지진으로 손상된 후쿠시마공장의 클린룸이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상 가동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신에쓰화학 측은 “생산량을 6월 말까지 지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겠다”고 선언하며 “반도체 업계의 생산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회사는 아울러 전력 수요가 높아져 제한송전이 불가피한 여름철에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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