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다량 방출된 후 지난달 말까지 국내에서도 극미량이 검출돼 우려를 낳았다.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방사능은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극미량의 방사능은 무시해도 될까.
전문가들 간에도 의견 차이가 있다. 예방을 강조하는 과학자는 “1%의 가능성이라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고, 데이터의 정확성을 존중하는 과학자는 “위험성을 과장하는 것은 잘못된 행위”라고 반박한다.
존 보이스 미국 밴더빌트 의대 교수는 100밀리시버트(mSv) 이하 방사능에 대한 연구 데이터가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10mSv 이하의 극미량으로 위험성을 과장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나 데이비드 브레너 콜럼비아대 방사능연구센터 소장은 “극미량의 방사선으로 단 한 개의 세포가 DNA에 손상을 입었다고 해도 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에반 두플 히로시마 방사선영향 연구소 부소장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 현장과 인근의 생존자 10만명을 대상으로 63년 동안 진행된 대규모 연구조사를 분석해 학술지에 발표했다. 분석 결과 방사능 노출로 암 발생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피폭량에 따라 차이가 났다.
두플 부소장은 “방사선 노출량이 많아질수록 암 발생 확률이 커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확한 피폭량과 사고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극미량의 방사능 노출에 대해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량의 피폭을 중심으로 산출된 데이터를 재가공해 결과 값을 산출하므로 정확도가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검출되는 방사능 물질의 위해성에 대해 위험이냐 안전이냐를 단언할 수 없는 이유다.
질병이 생길 가능성은 방사능 노출량에 좌우된다. 우유에서 미량의 방사능을 검출한 미국 관계당국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결론짓거나 우리나라 정부가 방사능 비에 대해 위해를 끼칠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한 것은 아직 ‘위험을 단언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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