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품업체들이 연 매출 50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고객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규 거래처를 확보해 장기적인 사업 안정성을 높이고, 국내 세트업체와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연 매출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급성장한 부품 기업들이 매출 5000억원 돌파를 위해 해외 거래처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스마트폰 기업 애플·RIM·HTC와 전통의 휴대폰 기업 소니에릭슨·모토로라 등이 주요 타깃이다.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ZTE·화웨이 등 중국 휴대폰 기업도 국내 부품업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견기업의 길목에 접어든 대부분의 국내 부품업체들은 삼성, LG 등 기업들의 성장과 함께 급성장했다. 그러나 특정 업체와의 거래 비중이 너무 높아져 사업 위험도가 높아졌고, 가격 협상력도 취약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세트업체들은 가격 협상에서 물량 배분을 무기로 으름장을 놓기 일쑤다”면서 “특정 기업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판가인하 압력이 더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노키아, LG전자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이들에게 매출의 상당부분을 의존해온 협력사들의 수익성도 극도로 악화됐다. 지난 2009년 연 매출 5000억원에 근접했던 KH바텍은 지난해 3000억원 초반 수준으로 매출이 추락했다. 전체 매출 중 70% 수준까지 높아진 노키아 매출 비중이 독으로 작용한 셈이다. LG전자 협력사 중 상당수 기업도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거나,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
KH바텍은 올해 북미, 유럽 고객사를 신규로 확보해 이러한 위험도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올해 신규 고객사 매출을 확대해 노키아 매출 비중을 50% 이하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사업 초기에 안정적인 고객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중견기업으로의 발판을 마련한 기업도 있다.
크루셜텍은 사업 초창기 RIM·HTC·삼성전자 등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했다. 매년 신규 고객 확보에 주력해 지금은 글로벌 휴대폰 기업 대부분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카메라모듈 전문기업 엠씨넥스도 초기에 해외시장을 개척했다. 이 업체는 일본·대만·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70% 이상에 달한다. 국내 카메라모듈 업체들이 삼성, LG 등 세트업체들의 휴대폰 판매량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는 것에 반해 엠씨넥스는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전자부품 투자 전문가인 한 관계자는 “국내 세트업체만 거래해서는 매출 3000억원 수준이 한계다”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려면 3군데 이상의 글로벌 기업과 거래해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확보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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