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자 후폭풍이 한국 자금 시장을 강타했다. 리먼브러더스 관련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 증권사에 은행과 자산운용사의 콜자금 공급이 끊기면서 단기자금시장과 채권시장을 패닉으로 몰고 간 것이다. 당시 콜금리는 연 5%를 넘어섰는데도 거래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등 마비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러면서 일부 국내 증권사는 하루짜리 콜머니를 아예 빌려 쓰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부도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하기도 했다. 콜머니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의 콜머니 등 단기차입 비중이 여전히 크고 고객종합관리계좌(CMA) 등의 치열한 고정금리 경쟁이 증권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6개월 동안 자산규모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일평균 콜머니 비중은 34.1%에 그친 반면, 하위 10개사의 일평균 비중은 69.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콜머니란 증권사가 고객의 급작스런 환매요청이나 긴급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이나 자산운용사 등을 통해 빌리는 단기자금이다. 하지만 리먼사태·카드사태 등 금융권이 단기적으로 사고가 발생해 가파르게 금리가 치솟을 경우 담보 없는 콜머니의 경우 금리 인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증권사는 콜머니를 들여와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자산규모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결제불이행에 따른 부도 위험성이 적잖은 데다 이를 계기로 `리먼사태`와 같은 금융시장 전체가 마비되는 시스템 리스크에 놓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협회 등을 중심으로 유가증권 등을 통한 담보거래가 가능한 환매채권(RP)을 활성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거래비중이 낮다는 지적이다. 금융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RP거래 활성화가 안되는 원인을 높은 금리를 꼽고 있다.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기획부장은 이에 대해 “RP 금리가 콜머니보다 높은 것은 그간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은 때문이다”며 “최근 도입된 채권거래시스템 활성화를 통해 RP 이용률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CMA가 국내 증권사를 유동성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병주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본부장은 “올해 같은 금리 인상시기에 CMA에 고정금리를 주면 손실이 커지는 데다 긴급 사태 등으로 CMA 인출이 발생하면 증권사는 자체자금으로 예치금을 지급한 후 MMF 환매나 RP 매도 등을 통해 자금을 회수해야하는데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돈줄이 마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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