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접촉한 기업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손사래쳤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해냈고 세계 시장 점유율은 이제 80%에 육박합니다.”
지난 2006년 레이저 마킹기를 개발하던 이오테크닉스는 당시엔 진리로 여겨졌던 1렌즈, 1광원 방식의 레이저마킹시스템을 1렌즈, 2광원 시스템인 멀티빔 방식으로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레이저 마킹기는 반도체·부품 등에 레이저 광원으로 회사 로고·모델명 등의 글자를 새겨 넣는 장비다.
멀티빔 마킹기는 작업 생산성을 2배로 높일 수 있는데다가 마킹기 두 대 이상이 해야 할 일을 한 대로 처리할 수 있어 주변기기를 간소화하고 공간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다.
성규동 이오테크닉스 사장은 “하나의 렌즈에서 두 개의 레이저 광원을 쏴 생산성을 두 배로 높일 수 있는 멀티빔 레이저 마킹기를 제안하자 수십개의 관련 기업이 ‘그게 되겠냐’고 비웃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산고 끝에 2007년 멀티빔 마킹기를 개발했고 전 세계 반도체에 새겨지는 글자의 40%가 멀티빔 마킹기를 이용한다. 시장 점유율은 50%에서 80%까지 상승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체 매출(2054억원) 가운데 60%를 정도인 1300억원을 레이저 마킹기에서 달성할 정도로 레이저마킹 분야 절대 강자로 부상했다. 이오테크닉스는 레이저 광원부터 장비까지 핵심기술을 모두 국산화했다. 처음 레이저 마킹기 시장에 진입할 때 레이저광원은 수입했지만 이제는 자체 기술로 만든다. 국산화로 예전에 레이저광원을 이오테크닉스에 공급했던 영국의 파워레이즈가 힘들어지자 지난 2009년에 이 기업을 아예 인수하기도 했다.
성 사장은 “레이저 마킹기 시장은 현재 반도체와 PCB 등에 주로 쓰이고 있지만 앞으로는 자동차를 비롯해 볼펜, 포장지 등으로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것”이라며 “이오테크닉스는 수년 내 레이저 마킹기에서만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PCB용 레이저 드릴 시장에도 진출했다. PCB 앞뒤 면의 회로를 연결하기 위해 사용되는 레이저 드릴은 최근 경박단소화 붐에 따라 더 작은 구멍을, 원하는 깊이만큼 뚫을 수 있어 기계식 드릴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 지난해 이 분야에서만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도 큰 폭의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고양시 킨텍스의 ‘국제전자회로산업전(KPCA 쇼 2011)’에서 만난 성규동 사장은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자신감이 넘쳐났다. 레이저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인정받으면서 고객사로부터 다양한 레이저 관련 기기 개발을 의뢰받거나 자체제품을 개발하느라 최근 몇 달간 평일부터 주말까지 강행군을 해왔기 때문이다. 성 사장은 “레이저를 이용한 수리장비, 검사장비, 드릴장비, 마킹장비, 커팅장비 등 레이저의 활용은 앞으로도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레이저 기술 인력이 국내에서는 크게 부족한 만큼 해외 기업 M&A 등을 통해 인력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R&D를 통해 세계 최고 기업으로 도약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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