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 불안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금융권 보안·IT 실태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아 오히려 국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협 사태도 지난해 말 실시한 IT검사 결과를 즉시 공개하고, 대처했다면 몇 달 후 지금과 같은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금융권과 관계기관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미 지난해 전 금융권에 대한 IT 취약성 및 운영규정 위반 사례 현황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이와 관련된 일체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현대캐피탈, 농협 사태가 터지자 부랴부랴 만들어 이달 말부터 점검활동에 들어갈 예정인 ‘금융권 IT보안 강화 태스크포스(TF)’에 대해서도 현장 검사만 하고, 관련 정보 공개와 필요 조치도 없을 것이란 무용론도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불필요한 국민 불안이나 오해를 키울 소지가 있기 때문에 검사 관련 정보 공개는 신중해야 한다”며 “이달 말부터 한달 정도 진행될 전 금융권에 대한 민·관, 관계부처 합동 IT보안 점검 결과도 공개 보다는 대책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IT전문가들 사이에선 제대로 대응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우선 현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수준의 정보 공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특히 IT 취약성에 대해선 오히려 정보 공개를 통해 금융권 스스로 반성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저축은행 청문회에서 박선숙 의원(민주당)은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에게 “청문에 필요한 기초 자료조차 정보공개 제한 빌미로 제공하지 않는 당국이 (저축은행)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질타한바 있다.
물론 저축은행과 현 금융 보안·IT 이슈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지만 관련 정보를 내놓기 보다는 감추려고 하는 금융당국의 태도는 맥을 같이 한다.
한 금융IT 민간 전문가도 “금융감독 기관은 IT 및 시스템 실태조사를 통해 금융기관들의 보안과 시스템에 어떤 문제점과 개선이 필요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오히려 심각한 문제가 적발돼도 쉬쉬하면서 여론화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더 짙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혜성 의원(미래희망연대)실 관계자는 “농협 이외 다른 은행의 검사결과에 대해서도 요구했지만 금감원은 내부에서 정리한 뒤 보내주겠다는 말만 하고 더 이상 응답이 없다”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자료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숨기는 건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 측은 이날도 “검사 내용을 다 공개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진호·박창규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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