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 리튬전지 운송규제 백지화 가능성 높아졌다

 미국 정부가 화재위험 등을 이유로 추진해온 리튬전지 항공 운송 규제방안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3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최근 미국 하원은 안전성을 이유로 미국 정부가 마련한 리튬전지 항공 운송 규제방안을 철회하라는 내용을 담은 ‘연방항공청(FAA) 재인가 및 개혁 법안(Reauthorization and Reform Act HR658)’을 통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법안은 미 교통부(DOT)가 시행해온 소형 리튬전지 규제 예외 조항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미 교통부의 규제 수준이 현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규정하는 운송기준보다 강력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은 그간 리튬전지를 크기, 포장 방법에 따라 제한적으로 위험물질로 분류했지만 소형전지는 예외를 인정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 소형 예외기준을 기존 100Wh에서 3.6Wh로 강화함으로써 MP3, 스마트폰, 노트북PC 등 리튬전지를 탑재한 IT 제품을 위험물로 분류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한국 등 전 세계 IT품목의 대미수출에 막대한 차질이 예상됐다.

 미 하원이 이 같은 철회결정을 내리자 한국 정부도 세계무역기구 기술장벽(WTO/TBT)위원회를 통해 사실관계 파악에 착수했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미국정부로부터 법안 관련 내용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것은 없다”며 “자세한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했다.

 미 교통부는 지난해 1월 노트북PC·휴대폰·MP3플레이어 등에 사용하는 소형 리튬전지가 제품 결함이나 과다충전, 저장·포장 부실에 따른 과열 및 발화로 항공사고의 원인이라며 규제안 시행을 예고한 바 있다.

  

 ◆뉴스의 눈

 미국 의회차원에서 리튬전지 운송 규제안 반대방안이 나온 것은 우리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규제안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정부가 사실상 규제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규제안 도입을 최종 결정하는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하원의 이번 결정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업계의 시선은 미국 상원과 하원이 이달 내로 개최할 공동 콘퍼런스에 쏠리고 있다. 미국 상원은 리튬전지 운송 규제 조항을 FAA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정부 방침을 우회적으로 지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TBT 분야 전문가인 김성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양원 간에 리튬전지 운송규제를 철회하자는 합의안이 도출된다면 OMB에서도 추진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미국 내부적으로 안전을 이유로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는 만큼 최종 결정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트업체의 경우 리튬이온전지가 위험물로 규정되는 경우 미국 수출 시 위험물 취급에 따른 운송비만 최고 200% 증가하며 제품 사이클이 짧은 휴대폰, 노트북PC 등 IT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지 못해 재고관리에도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들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2차전지 업계는 세트업체의 물류비 상승분을 자신들이 떠맡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규제안과 관련해 전 세계로부터 무려 120건의 반대 의견을 접수하는 등 적지 않은 비판에 시달렸다. 한국도 지난해 지경부 기술표준원을 중심으로 리튬이온전지 규제대응 TF를 구성해 일본·EU·중국 등과 국제적인 공조체계를 구축해 대응한 바 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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