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에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입지 선정에 있어 바람직하고 최선의 해법은 과학벨트에 들어서는 기초과학연구원을 철저히 과학자들의 필요와 요구에 입각한 전문성을 고려한 ‘상향식(Bottom-up) 평가’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치 ‘하향식(Top-down) 방식’이 바람직한 것처럼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까지 비화되고 있는 것은 매우 당혹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어느 특정지역에 모여 연구해야 한다든가, 중이온가속기는 반드시 어느 지역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인 과학자들이 고민하고 합의해야 할 사안이다.
과학벨트기본계획은 거점지구에는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를 설치하고 25개 연구단을 본원에, 나머지 25개 연구단(site lab)은 국내외 기능지구로 분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연구단 구성 평가와 선정방법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의 기초과학연구기관인 막스플랑크연구소(MPG)의 운영방식을 따르도록 했으면 한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독일 전국에 80여개의 연구소와 280개의 연구단이 지역별 특성을 감안하여 분야별로 풀뿌리 형태로 분산되어 있는데 그만큼 절차는 매우 엄격하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선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어느 지역을 가장 많은 과학자들이 선호하며 경쟁력이 있고, 정주 환경과 접근성 등이 우수한지를 판정할 수 있을 것이다. 불평할 사람도 없을 것이기에 지역간 갈등과 정치권의 부담을 줄여 주고, 국익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당장 시급한 문제는 연구단장을 국제적 기준에 따라 국내외 석학들의 공정한 평가를 통해 최우선적으로 선정해야 한다. 과학자 스스로에 의한, 과학자들을 위한 연구단장이 선정되고 이렇게 선임된 단장에게 연구단 운영 전반에 걸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연구단장이 선호하는 곳에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과학벨트 설립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는 첫걸음이며 이것이 선진국형 모델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내국인 중에서 선정한다면 이미 국가과학자로 선정된 세계적 수준의 해당분야 권위자나 이 수준에 다다른 과학자들을 연구단장으로 우선 선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가과학자 선정방식이 우리 과학계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석학 선정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연구단장을 다수 구성한 후 어느 지역에 있는 것이 연구에 가장 도움이 되는지를 연구단장들과의 협의를 통해 거점지구(기초원 본원)를 선정하고 기능지구(기초원 분원)를 선택한다면 합리적이고 공정성을 충족할 수 있게 된다.
또 중이온가속기만에 국한된 연구에만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어느 특정지역에 모여서 연구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충분히 검증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관행과 지역이기주의를 충분히 탈피할 수 있을뿐더러 경쟁력 있는 석학들의 유치와 의견을 존중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과학벨트 본원이 유치되는 지역에는 원전· 방폐장 건설을 연계해 과학계가 앞장서서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선정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방폐장이 혐오시설로만 치부되는 현실에서 과학자를 더욱 더 신뢰하고 존경하게 되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윤하 국과위 지방과학기술진흥협의회 위원장(포스텍 연구부총장) yhjeong@pos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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