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노준석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이헌 고려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고효율 메타렌즈를 위한 새로운 개념의 이산화 티타늄 소재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메타렌즈(metalens)는 나노미터(㎚) 크기의 구조체로 빛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차세대 광학 소자이다. 통신,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메타렌즈를 제작하는 공정 중 하나인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는 스탬프를 찍듯이 나노 패턴을 복제하는 기술로 빠르고 경제적으로 메타렌즈를 제작할 수 있어 산업적으로 매우 유망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재료인 레진은 굴절률이 낮아 고효율 메타렌즈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비해 이산화 티타늄은 굴절률이 훨씬 높아, 메타렌즈의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재료로 떠오르고 있지만 고체 상태의 이산화 티타늄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졸-겔(Sol-Gel)' 합성법을 사용했다. 졸-겔 공정은 액체 상태의 물질을 고체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기존 고수율 공정이 어려웠던 이산화 티타늄을 잉크 형태로 만들어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 공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잉크는 그 자체로 1.6~1.7의 굴절률을 가지지만, 높은 온도에서 가열할수록 결정형태가 달라지고, 굴절률이 변화했다. 400℃로 가열하자 비정질 상태로 굴절률이 2.3~2.5로 증가했고, 600℃에서는 아나타제(anatase) 결정상으로 바뀌면서 굴절률도 2.5~2.7로 높아졌다. 가열 온도가 800℃에 도달하자 잉크는 루타일(rutile) 결정상으로 변화하며 굴절률이 2.8~3.0 정도로 상승했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잉크를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 공정에 적용해 기존의 성능 한계를 뛰어넘는 메타렌즈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잉크가 열을 받으면 수축하는 특성을 활용해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해결했다. 도장을 찍듯 구조체를 찍어내는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 공정은 몰드(스탬프)와 레진이 잘 떨어지지 않거나 전사력이 약한 문제가 있었는데, 연구팀이 개발한 잉크는 열을 가하면 수축하는 특성이 있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반복적으로 정확한 패턴을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 있었다.
아울러 재료의 열 수축으로 인한 변형을 정밀하게 분석해 몰드 설계를 최적화하고, 공정 오차를 최소화했다. 그 결과, 직경 1㎝의 메타렌즈를 웨이퍼 규모로 제작했으며, 이 메타렌즈는 이론적으로 100%에 가까운 효율, 실험적으로는 70% 이상의 효율을 보였다.
노준석 교수는 “기존에 주로 사용하던 비정질 이산화 티타늄의 아나타제 상과 루타일 결정상을 가진 메타표면을 세계 최초로 구현함으로써 메타렌즈 연구에서 재료와 굴절률의 한계를 극복했다”라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STEAM연구사업(글로벌융합연구지원)과 대통령과학장학금, 포스코홀딩스 N.EX.T Impact 프로젝트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재료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