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인터넷 규제는 다른 여느 국가보다 강력하다. 인터넷상의 각종 역기능을 우려하는 사람들조차도 규제의 강력함을 부인하기는 힘들 정도로 규제는 산업 자체와 인터넷상에 유통되는 정보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 규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관 중 하나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많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저해한다’는 비난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법령으로 규정된 ‘인터넷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는 방통위의 역할이 산업 활성화와 정보유통의 자유를 막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민간자율심의기구를 표방하지만 사실상 현 정권에 불리한 게시글을 수시로 수정, 삭제하는 ‘권고’를 내리면서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 자율 통제라는 비판도 있다. 민간자율기구의 출범과 법원의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4호’에 대한 위헌 제청으로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독소조항들을 막으려는 시도는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인터넷 검열 감시국이다.
1995년 4월 13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전신 중 하나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위원장 박영식)가 발족된 날부터 이런 단초는 제공됐는지도 모르겠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2에 의거해 출범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정보통신 윤리에 대한 기본강령을 제시하고 전기통신회선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 정보의 건전화를 위한 대책 수립 등 건전한 정보 문화 창달이 설립 취지였다.
하지만 설립 초기부터 이미 심의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은 제기돼왔다. 전기통신 회선을 통해 유통되는 모든 음성(700번)·비음성(PC통신) 정보를 심의 및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해 헌법에 보장된 사상·표현의 자유 원칙에 위배되고, 국가 권력이 이를 악용할 소지가 높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도 PC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던 천리안·나우콤·하이텔 등은 자체 심의 기구를 통해 불건전한 정보 유통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굳이 국가가 나서서 한 번 더 검열을 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10여년 동안 인터넷 서비스와 인터넷 이용환경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바뀌었고,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영향력이 확대됐다. 하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건전한 인터넷 환경 조성을 위해 ‘심의’ 이외의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족쇄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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