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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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1일 초대형 지진과 쓰나미로부터 비롯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아직 수습되지 못했다. 크게 손상된 원자로와 핵연료 저장시설에서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방출되어 주변지역을 심각하게 오염시켰고, 해양 오염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극미량이긴 하지만 크세논, 요오드, 세슘 등이 검출되면서 국민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원자력 이용에서는 안전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일깨워주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원자력의 가치와 장점을 무시하고 원자력 발전을 중단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국내 원자력 발전은 지난 30여년간 고품질의 전기를 안전하고 저렴하게 공급해왔다. 19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단기간 내에 극복하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전기요금을 가능하게 한 일등공신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대지진으로 인해 외부 전력망이 붕괴되고 한 시간 후 들이닥친 대형 쓰나미로 인해 비상 발전기마저 고장나 원전의 냉각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데 있다. 그러나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에는 안전 설계의 미흡, 초기 대응의 미숙, 일본 특유의 원자력 사업 체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리 원전은 원자로 냉각시스템이 일차계통과 이차계통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사고에 대응하기 쉽고 안전하다. 이와 함께 원자로계통을 둘러싼 격납용기의 부피가 커서, 중대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훨씬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는 원전의 중대 사고를 대비하여 설비를 개선하고 구체적인 절차서를 마련해왔다. 따라서 우리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에 비해 위험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사고에 대한 대비도 더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원자력 안전에 대한 사고방식이 과거와 같아서는 안 된다. 원전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비 및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여기서의 대책에는 사고에 대처하기 위한 설비, 발생가능한 모든 사고를 고려한 절차, 운전원에 대한 충분한 교육, 긴급사태 발생시 최상의 지식과 정보를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등이 포함될 것이다. 특히 설비 자체의 고장뿐만 아니라 최악의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안전성종합점검반을 구성해 국내 원전의 안전문제를 심층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가동이 오래된 원전들이 최신의 안전기준을 만족하는지, 초대형 자연재해까지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를 점검, 안전문제가 드러나면 운전 중단을 포함하여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의 원자력 안전규제 업무를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산하의 원자력안전위원회로 독립시켜서 원자력 안전규제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높이기로 하였다.

 과학기술과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은 도전과 극복의 연속이었다. 극복할 수 있는 위험에 지레 겁을 먹고 유익한 기술을 포기했다면 오늘의 인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 두 차례 발생한 원전 중대 사고는 원전 설계와 운영에 많은 교훈을 주어 안전성을 각각 10배 이상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와 원자력계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국민들은 원자력에 대한 건전한 감시자가 됨으로써 인류의 소중한 자원인 원자력 기술이 국가 발전과 국민 편익에 더욱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여종기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직무대행 jkyeo@nae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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