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입지 선정을 앞두고 지자체와 관련 정치인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삼각 벨트`, `Y형 벨트` 등 다양한 형태의 `아전인수`격 구상을 쏟아내고 있다.
이처럼 과학벨트 입지를 둘러싼 주장과 논란이 가능한 것은 근본적으로 지난해 말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특별법(이하 과학벨트법)에 과학벨트 구성요소별, 또는 구성요소 간 입지 규정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과학벨트법을 살펴보면, 과학벨트의 두 핵심 요소인 대형기초연구시설(중이온가속기)과 기초과학연구원의 입지상 구체적 연계 조건을 규정한 조항이 없다.
제27조(대형기초연구시설의 설치) 1항에 `거점지구에 대형기초연구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언급이 있지만, 이는 반드시 거점지구에 가속기를 둬야 한다는 의무조항도 아니다.
더구나 기초과학연구원 관련 내용을 정의한 제14~26조의 경우 연구원의 사업·조직·운영(연구단 설치) 등에 대한 것일 뿐, 어디에도 연구원의 입지에 관한 규정은 없다.
최근 일각에서 거론되는 연구원 분원 설치에 대한 제한도 없다. 법에는 `연구원은 법인으로 한다` 정도의 조항만 있고, 나머지 기관의 구체적 형태는 모두 지난 7일 활동에 들어간 과학벨트위원회 산하 분과위인 기초과학연구원위원회가 결정하게 된다.
결국, 과학기술인 대다수가 "중이온가속기와 연구원을 떼어놓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법만 놓고 보자면 이 두 요소는 반드시 기능지구가 아닌 거점지구에 있을 필요도 없고, 어디건 같이 붙어 있을 필요도 없는 셈이다.
과학벨트법상 거점지구와 기능지구의 입지 관계도 애매하다.
단지 제9조에서 `교과부 장관은 기능지구 입지와 관련, △거점지구와의 기능적 연계성 △거점지구와의 지리적 근접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전부다. 연계성과 근접성이 어느 정도의 효율성을 담보해야 하는지 아무런 기준이 없다.
특정 정치인이나 지자체가 "요즘 같은 KTX 시대에 도의 경계를 넘어도 1~2시간 안에 다 갈 수 있다"며 한반도 남쪽 전체를 거점지구와 기능지구로 아울러 `대형 삼각벨트`를 제안한다고 해도 일단 법에 어긋나지는 않는 셈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과학벨트법이나 관련 시행령에 중이온가속기, 기초과학연구원, 거점지구, 기능지구 등의 입지 관계나 조건이 따로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래서 입지와 관련한 여러 논란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계는 이처럼 과학벨트법의 입지 조건이 명확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입법 당시 분산 문제를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과학벨트 초기 구상자로 과학벨트법 입안 과정에도 참여했던 한 교수는 "당시에는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은 당연히 거점지구 한곳에 모여 있고, 거점지구와 기능지구도 긴밀히 붙어 있는 일종의 넓은 도시 형태로 생각했기 때문에 더 구체적인 연계 조건을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적 규정과는 관계없이, 여전히 대다수 과학기술인은 "중이온가속기 같은 핵심 시설이 없는 기초과학연구원은 그냥 일반 대학 연구소와 다를 바가 없다"며 연구원-가속기 분리에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 인재들이 한곳에 모여 동료와 맘껏 연구하며 살고 싶은 창조적 연구환경을 만들자`는 과학벨트의 근본 취지를 실현하려면, 그에 필요한 필수 시설과 연구자를 위한 정주 도시 등도 최대한 인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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