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2 이동통신사업자 AT&T의 T모바일USA(제4 사업자) 인수로 통신망 품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AT&T의 T모바일 인수 옹호론 가운데 하나였던 ‘통신망 질을 빠르게 개선할 것’이라는 시각에 의문이 제기됐다.
뉴욕과 LA 같은 이용자 밀집 지역의 이동통신 주파수 부족현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듯했던 AT&T의 T모바일 인수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리라는 것. 이 같은 회의론은 통신망 품질 개선에 주력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비롯한 미 규제당국의 인수 승인 규제 방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AT&T 경영진은 그동안 “규제당국이 (AT&T의 T모바일) 인수를 승인할 경우 주요 도심 지역 통신망의 음성통화와 데이터 통신 혼잡을 개선하고, 4세대(G) 데이터 통신망 건설 속도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산업계 몇몇 고위 임원과 전직 FCC 임원들은 회의적이다. T모바일을 합병하는 게 AT&T의 통신망에 부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질적 개선책이라는 점에 부정적인 것이다. 이들은 대신 “현재의 기지국 용량을 늘리고, 정부 주도 경매에 참여하거나 다른 사업자로부터 이용률이 낮은 주파수를 사들이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제럴드 R 폴하버 옛 FCC 수석경제전문역도 “(AT&T와 T모바일USA이 보유한) 두 통신망을 함께 운영하는 것은 새로운 주파수를 창출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AT&T는 지난 4년간 데이터 통신량(트래픽)이 8000%나 늘었다. 이 때문에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에서 통신망의 불안·긴장도가 증가했다. 특히 2007년 애플 ‘아이폰’이 출시된 뒤 AT&T의 통신망 불안이 더욱 높아진 나머지 소비자 불만이 크게 늘었다. AT&T를 바라보는 규제당국의 눈초리도 점점 부정적으로 변했다.
AT&T는 T모바일 통신망을 더할 경우 1.5% 이상인 뉴욕의 ‘통화 중 절단율’을 2년에 걸쳐 1%까지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존 스탠키 AT&T 사업부문&운영책임자(COO)는 이를 “회사의 포괄적 목표(the company-wide target)”라며 “30% 더 촘촘해질 (AT&T와 T모바일 통합) 통신망에 힘입어 T모바일 고객들이 건물과 엘리베이터 안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조밀한 통신망을 얻는 가장 빠른 길은 (기업 간 인수) 거래”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제임스 타이스렛 아메리칸타워코퍼레이션 최고경영자(CEO)는 “기지국 이동통신 설비에 더 많이 투자해 주파수 공급 능력(양)을 배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간 합병이 서비스 권역 증대를 불러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편 미 통신 분야 규제당국은 지난해 TV방송 채널 사이의 잘 쓰이지 않는 공백(White space) 주파수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는 것과 같은 대안도 제시했다. 이를 통신서비스에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컴캐스트를 비롯한 여러 케이블TV사업자가 지난 2006년 24억달러를 주고 사들였으되 제대로 쓰이지 않는 뉴욕·시카고·LA 등 대도시용 주파수도 통신용으로 전환할 대상의 하나로 거론됐다. 클리어와이어도 4세대(G) 이동통신용 주파수의 일부를 다른 사업자에게 판매할 계획이어서 시선을 모았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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