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태섭 KDC그룹 회장(48)은 “기업이 성장하는 길은 여러 가진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전략적인 인수합병”이라고 강조했다. 인수합병(M&A)이 기업 규모나 사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화가 이뤄지면서 기술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고객 수요가 다양해져 제품 개발 속도는 빨라지고 제품 종류도 훨씬 많아졌습니다. 스타트 업 기업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걸 감당하기는 매우 벅찬 상황입니다. 시간도 없을 뿐더러 무엇보다 시장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김 회장은 신념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KDC정보통신을 모체로 KDC네트웍스·바른전자·아이스테이션·마스터이미지·리얼스코프 등 지난 10년 동안 인수합병으로 회사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 기준으로 계열사 전체 매출은 4800억원을 넘겼으며 2015년 10조원 달성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만약 처음부터 단계를 밟아 왔다면 지금처럼 회사 규모를 키우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적지 않은 오해를 샀다. ‘인터넷 버블’ 당시 사회문제로 부각됐던 ‘먹튀’ 후유증 때문이다. 인수 목적이 사업 시너지보다는 순간 차익을 챙기고 시장에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서가 아닌지가 비판의 골자였다. “국내는 아직도 인수합병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입니다. 심지어 경영자조차도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미국만 해도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웬만한 글로벌 기업은 모두 인수합병으로 사세를 키웠습니다. 특히 정보기술(IT)과 같은 첨단 산업 분야는 글로벌 흐름으로 굳어졌습니다.” 그는 “인수합병은 성장 한계에 부딪힌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주고 혼자는 약하지만 뭉쳐서 강한 경쟁력을 갖자는 게 진짜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인수합병에 대한 확실한 소신이 있지만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기업을 넘보지는 않는다.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기업을 인수할 때는 크게 세 가지를 봅니다. 첫째는 분야가 정보통신이어야 합니다. 가급적이면 기술력 있는 첨단 분야를 인수하는 게 유리합니다. 두 번째는 기존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입니다. 시너지가 없으면 하등의 인수 이유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인이 자주 바뀐 기업은 가치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좋은 기업도 주인이 바뀌면 직원의 사기도 꺾이고 보이지 않는 문제가 많습니다.”
김 회장은 이 원칙에서 지금까지 회사를 키워 왔다고 자부했다. 더구나 인수 후 당연하게 여기는 구조조정도 단 한 차례 없었다. 물론 기업을 인수해 재정 상태가 더 좋아졌다고 다시 시장에 내놓거나 되파는 사례도 없었다. “피인수 기업의 임직원은 항상 인수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직원의 사기도 크게 떨어집니다. 인수 기업을 일종의 점령군으로 보는 식입니다. 이 때문에 기업을 인수했을 때 제일 먼저 직원에게 믿음을 주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김 회장은 기업 외형이 커지자 KDC그룹 고유의 문화를 만드는 데 두 팔을 걷어붙였다. 직원들을 직접 챙기고 이메일로 소통을 시작했다. 이메일 경영은 벌써 8개월을 넘었다. “회사 비전에서 경영 전략, 사소한 일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직접 편지를 씁니다. 현장에 있는 목소리를 듣고 KDC 문화를 만들기 위한 목적입니다. 반응도 좋습니다. 처음에는 임원들이 다소 불편해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적극적입니다.”
최근에는 편지를 묶어 ‘달리는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는다’는 책까지 발간했다. 김 회장은 “바퀴가 두 개인 자전거는 홀로 설 수 없다” 며 “더군다나 두 바퀴가 함께 달리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사진=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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